내년 예산의 무게중심은 ‘경기 부양’이다. 이에 맞춰 산업 관련 예산이 대폭 늘었다. 정부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을 올해보다 27.5% 늘려 잡았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증가 폭이 가장 크다. 기존 성장동력을 대체할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를 적극 키운다.
연구·개발(R&D) 예산도 10년 만에 가장 큰 폭(17.3%)으로 늘어난다. 또 건설·토목형 경기 부양을 지양하던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2.9% 증액했다. 다만 생활SOC와 스마트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29일 2020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23조9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기존 성장동력을 대체할 신산업 발굴에 집중한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에 1조7000억원을 붓는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핵심 산업에는 3조원을 편성했다.
R&D 예산으로는 24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을 위해 2조1000억원을 책정한다. 올해 예산의 두 배 수준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쓸 수 있는 ‘비상금’인 예비비도 5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위한 별도 예산주머니인 ‘특별회계’도 만든다.
또한 SOC에 22조3000억원을 쓴다. 4대강 사업을 벌였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경기를 끌어올리는 ‘SOC 예산’에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해 ‘SOC 경기부양’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기존 토목 SOC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노후한 철도, 도로 등을 보수하거나 안전을 보강하는 데 대대적으로 돈을 쓴다고 설명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전체 SOC 예산 중 토목 부문은 5000억원만 늘었다”며 “신기술을 활용한 SOC 스마트인프라 관련 예산이 4배 정도 증가했고 안전하고 효율 높은 SOC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