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불만을 제기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측이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한·일 양국이 추가적인 긴장을 조성하는 일들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제거하고 보다 통상적인 무역 관계로 돌아가기를 선호한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최근 한·일 갈등 사태에 대해 일본에 불만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방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사태 해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일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는 길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취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다.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부정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고자 경제보복 카드를 빼 든 것은 사법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다. 아베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협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국가 간 조약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비엔나 협약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과거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 없이는 양국의 협력 관계가 열릴 수 없다는 것을 아베 정부는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미국도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관계를 중시한다면 한·일 갈등 배경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을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우리에게만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압박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며 사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관련 공개적인 불만 표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사설] 한·일 갈등 해결에 미국의 균형 잡힌 중재 필요하다
입력 2019-08-3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