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조정 없는 초팽창예산 위험하다

입력 2019-08-30 04:02
정부가 내년 총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9.3%(43조9000억원)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9.7%)에 이어 2년 연속 초팽창예산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부진에 대응하고, 경제 포용성을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세계 경기 부진에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확대 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세입 증가 폭을 크게 벗어났고 증가 속도도 너무 가파르다. 지출 측면의 효과도 불분명하다. 정부가 과도한 낙관론에 기반해 ‘쓰고 보자’에 풀베팅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년 예산증가율(9.3%)은 기껏해야 2%대 초반인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4배에 달한다. 정부 예산이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느는 데 6년이 걸렸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3년 만에 예산이 113조원 늘면서 500조원을 훌쩍 넘었다. 내년 국세 수입이 0.9% 감소할 전망인데, 지출을 늘리다 보니 60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39.8%, 5년 뒤에는 46.4%까지 치솟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적극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2년 성적표를 보면 재정만 낭비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세금으로 만든 고령 일자리이며 소득분배는 더 악화하고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무엇보다 2분기 GDP에서 민간부문의 기여도가 -0.2%였다.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수백 조원을 지출했는데도 민간의 경기는 냉골인 것이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21조2000억원)보다 21.3%나 늘린 2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효과가 없는 원인을 분석하고 바로잡는 대신 돈만 투입하겠다는 식이다. 내년 예산안 어디에도 소득주도성장 등 문제가 된 경제정책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암시하는 내용은 없다. 청와대와 정부가 ‘크게 써보는데, 안 되면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고 한번 내질러 보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