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권민정] 상괭이의 꿈

입력 2019-08-30 04:04

상괭이를 아시나요? 살쾡이가 아닙니다. 상괭이는 바다에 사는 포유류,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입니다. 쇠돌고래과의 소형고래(1.5~2m)로 우리나라 남서해안에 주로 서식하며 그 모습이 사람이 웃는 것과 같아 ‘웃는 돌고래’ ‘미소 천사’ ‘물돼지’라는 여러 별칭을 가지고 있는 귀여운 고래입니다. 10~11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가 태어나고 어미는 6개월 이상 수유하며, 가족끼리 두세 마리가 함께 삽니다. 다른 돌고래와 달리 물돼지라는 별칭처럼 얼굴은 둥글고 입은 뭉툭한데, 가까이서 상괭이와 눈을 맞추다 보면 그 순하고 예쁜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산다는 상괭이가 멸종위기에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2005∼11년 상괭이 개체 수는 3만6000마리에서 1만3000마리로 감소했습니다. 현재 몇 마리나 남아 있는지 그 숫자를 알기 위해 조사 중입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습니다. 보호생물로 지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연 1000마리(공식적 신고 숫자이고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 넘게 상괭이가 죽는 것은 주로 혼획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센 조류를 마주하고 펼쳐진 안강망이란 그물에 갇히면 수면 위로 올라갈 수가 없어 숨이 막혀 죽고 마는 것입니다.

안강망 속에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는 작은 구멍만 있어도 상괭이는 살 수 있습니다. 다행히 국립수산과학원은 상괭이 혼획을 90% 이상 줄일 수 있는 그물인 유도망을 개발했고 시험 결과도 성공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유도망을 안강망 속에 설치하면 잡은 생선이 다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어민들은 걱정합니다. 그러나 시험 결과 어획 손실량이 5% 미만이라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양입니다. 아직 시험 단계라 쓰지 않는다고 하나 빨리 상용화하고, 의무적으로 안강망에 부착할 수 있게 법률 규정이 생겨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상괭이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에 의거해 2022년부터 해양포유류가 혼획되는 어업에서 생산한 수산물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 수산물 수출을 위해서도 빨리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월 ‘중국 가판대에 진열된 희귀돌고래 상괭이의 눈물’이라는 기사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중국 광둥성 주강 인근에서 잡힌 돌고래가 어시장 가판에 진열된 뒤 계속 눈물을 쏟았다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청년 둘이 비싼값에 사서 바다로 무사히 돌려보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능이 높은 돌고래니까 죽음을 인지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을까요.

지난해 12월에는 거제 앞바다에서 잡힌 상처 입은 상괭이를 한 달간 치료 끝에 ‘새복이’라는 이름을 주어 자연 방류시켰다고 합니다. 구조해서 신고한 선장과 배에 국내 최초로 해양동물보호위원회 명의의 ‘착한 선박’ 인증서가 지급됐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바다가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경남 고성군은 국내 처음으로 상괭이 보호를 위해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을 추진합니다. 2011년 이후 고성군 해역에서 20마리의 상괭이가, 2016년에 10마리가 발견되면서 관광테마자원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이 가까운 바다로 나가 돌고래와 함께 눈 맞추며 노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그것은 상괭이의 꿈이며 우리의 꿈이기도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이 수줍고 예쁜 미소를 가진 돌고래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들어 땅과 바다의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셨습니다. 죽이고 파괴하는 세상이 아닌 번성하고 충만한 세상을 말입니다. 이기심이나 무관심 때문에 다른 생명을 죽일 권한은 누구에게도 주신 적이 없습니다.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어 봅니다.

권민정(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