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비유 속에 담긴 진짜 교훈을 찾으라

입력 2019-08-30 00:06

이단·사이비 종교가 포교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은 성경 속 비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예수님 활동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과 문맥을 고려해 비유를 봐야 함에도 제 입맛에 맞게 각색해 풀이한다. 책은 이런 잘못된 해석을 지적함과 동시에 비유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적 지침을 제공한다.

성경 비유 해석의 역사는 초대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중세 시대와 종교 개혁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유는 여러 관점에서 조명돼 왔다. 수많은 신학자가 비유 해석에 매달린 이유는 간단하다. 예수님의 교훈 가운데 3분의 1이 비유일 정도로 복음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남침례신학대학원 명예교수로 신약 해석학을 강의해 온 저자에 따르면 복음서에 등장하는 비유는 50여개에 달한다.


이들 중 ‘선한 사마리아인’이나 ‘돌아온 탕자’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알만한 유명한 비유다. 이들만큼 기독교의 이웃 사랑 계명과 하나님 은혜를 잘 설명하는 예화를 찾긴 어렵다. 이 때문에 비유는 교회에서 ‘천상의 의미를 지닌 지상의 이야기’로 오랜 기간 여겨졌다. 비유 속엔 영적 진리가 숨어있으므로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예수님의 표현 의도를 캐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서 사마리아인은 그리스도를, 여관은 교회를 상징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숨겨진 신비를 찾기보다 정확한 특성을 파악해 비유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한 비유 해석 시 고려해야 할 특성은 4가지다. 첫째는 비유에서 한 가지 요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둘째는 예수님이 비유를 말한 1세기 당시 삶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며 셋째는 복음서 저자가 비유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그 비유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교훈하는 내용이 뭔지를 찾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분석 틀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다시 해석한다. 그는 이 비유가 예수님의 구속사를 도식화해 설명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우리가 이웃으로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있다. 1세기 유대인은 사마리아인을 멸시하며 상종조차 하지 않았다. 사마리아인은 그런 유대인을 혐오하고 저주했다. 오늘날 기독교인이 사마리아인을 떠올릴 때 ‘자비롭고 친절한 사람’을 연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시대 배경에서 나온 이 비유는 인종·종교적 편견을 깨부수고 모든 사람을 이웃 삼아 사랑하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비유의 기록자인 누가가 세상의 소외된 자를 이웃처럼 대하는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누가복음에서 일관되게 기록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결국 이는 우리가 선한 이웃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책에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를 차지하는 데 필요한 결단, 하나님의 성품, 마지막 심판을 의미하는 비유들과 해석법도 나온다. 각주가 촘촘히 등장하는 신학서이지만 잘못된 성경 해석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신앙을 추구하는 평신도도 읽어봄 직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