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누룩을 넣지 말고

입력 2019-08-30 19:50

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학력 위조 혐의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미모의 문화계 저명인사 한 사람의 학력 진위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사건 이후 우리나라는 큰 혼란에 빠져야만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학력위조 혐의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일어났습니다. 수많은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 등이 학력 위조로 언론에 이름을 올렸고, 연예인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의 학원가 강사들이 돌연 사표를 내고 잠적해버렸습니다. 대학교수들 가운데서도 허위 학력이 적발됐습니다.

과대포장, 자기과시, 자존심,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마음, 남들에게 자기를 뽐내려고 하는 것들은 아마 역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공통으로 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대에서부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더 잘 보이고 싶고 남들보다도 더 높아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고 나누는 레위기 말씀이 처음 기록될 그때를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이런 자기과시나 허풍은 당연히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에도 더 비싸고 더 큰 제물을 하나님께 드림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과시하려고 했습니다.

말씀 속 소제는 다른 제사와는 달리 부유한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같은 제물, 곡식으로만 드리는 제사를 지칭합니다. 다른 제사와 다르게 이 소제는 오직 곡식의 고운 가루만을 씁니다. 재산의 정도에 상관없이 오직 한 종류의 제물로만 드리는 제사입니다. 그런데 이 소제를 드리면서도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과시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같은 양의 곡식을 갈아서 같은 제물을 드리면서도 사람들 앞에 더 멋지고 더 크게 보이고 싶어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제물이 최고의 제물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제사를 드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제사를 보고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안한 게 ‘누룩’입니다. 제물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누룩입니다. 반죽에 누룩을 넣고 익히면 반죽의 몇 배로 커지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의 제물이 더 크게 보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꿀’을 발랐습니다. 표면이 더욱 반짝거리고 아름답고도 탐스럽게 보이려고 한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의 마음,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자신의 제물에 누룩을 넣고 꿀을 바르는 사람들의 제물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절대로 누룩처럼 무엇인가를 부풀게 하는 것과 꿀처럼 그 자체의 맛과는 상관없이 달콤하게 만드는 것을 넣지 말라고 하십니다. 번지르르한 것을 거부하시는 겁니다.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물은 그 자체 그대로만 드려져야 하고, 그 어떤 것도 첨가하지 말고 오직 그 모습 그대로를 요구하십니다.

오늘날 교회에서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가지고 그 믿음을 판단하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드려지는 예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누룩을 넣은 제물로 우리를 보시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속에 자신을 부풀리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지를 분명히 알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누룩과 꿀 없이 오직 우리의 믿음 그대로를 원하십니다. 단지 고운 가루로 우리 마음을 드려 주님께 예배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렇게 오직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예배를 드리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세진 목사(안산 빛과소금공동체교회)

◇빛과소금공동체교회는 2010년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경계선 위의 청년 학생들을 위해 처음 세워졌습니다. 다음세대와 예배사역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습니다. 카페교회로 지역을 섬기고 지역과 소통하며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