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지소미아 종료 철회해야… 독도훈련은 도움 안돼”

입력 2019-08-29 04:04

미국 정부가 익명의 고위 당국자들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독도방어훈련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양국에 진지한 협상을 주문했다.

AFP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중국에 이득을 주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동맹국들의 대응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도 “한·일 양국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진지하게 (협상으로) 돌아오면 고맙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상황은 바닥을 쳤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들(한·일)이 관계 개선을 시작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한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가 동일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익명의 당국자를 통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지소미아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정부의 파기 결정에도 지소미아가 11월 22일까지 유지된다는 점을 들어 아직 시간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협상을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것을 주문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재 역할을 떠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미국을 통해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그런 방식은 핵무장한 북한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 당국자는 “지소미아 체결 이전의 한·미·일 3각 정보 공유는 매우 번거롭고 불편했으며 사실상 쓸모가 없었다”면서 “특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한·일 분쟁이 정보공유 합의(지소미아)의 지속가능성을 해쳤다”면서도 “완전히 가망이 없는 건 아니며 회복될 기회들이 있다”고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문제는 한국의 최근 조치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이어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한 데 대해서도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행동이 아니라 악화시킬 뿐”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이것은 한·일 양국 지도자들 사이의 분쟁”이라며 “양국에서 도움이 안 되는 선택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가 어느 한쪽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사전에 미국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결정과 관련해 사전 통고를 하지 않았다”며 “결정 발표 시점에도 우리는 (한국이 연장 여부를) 아직 검토 중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