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자질 검증’은 뒷전… 친문 vs 반문 이념·세대 갈등 비화

입력 2019-08-29 04:01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28일 저녁 관악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외치고 있다. 이번 집회는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로 열렸다. 최종학 선임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여론이 극명하게 양분되고 있다. 자질 검증은 뒤로 밀리고 세대 갈등과 좌우 이념에 따른 임명 찬반 대결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이 두드러지면서 이런 현상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8일 관악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학생과 동문 300여명(주최 측 추산 500명)이 참석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선언문을 통해 “조 후보자 문제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조 후보자의 명확한 해명과 사퇴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학생증과 졸업증명서 소지자에 한해 집회 출입을 허용했다. 광장 바깥에는 보수 성향 인사들이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대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우의를 입은 부산대 재학생들이 부산대 운동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의미로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상에서는 27일에 이어 이날도 조국 논란이 이어졌다.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는 28일도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다. ‘가짜뉴스 아웃’ 등도 새로 올라왔다. 연령별 분석에 따르면 20, 30대보다 40, 50대가 검색어 띄우기에 더 열성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한 포털 데이터에 따르면 4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가짜뉴스 아웃’이었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성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이런 영상들은 조회수가 수십만건에 이른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 후보자 사퇴로 기우는 듯했으나 검찰 수사를 계기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좌우 정치 대결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런 변화가 표출된 것이 온라인상의 검색어 경쟁을 포함한 갈등”이라며 “후보자 검증과는 별개로 양쪽 모두 정치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게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 현 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보수 진영과 그를 적극 엄호하는 여권 지지층 대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엔 시간이 흐르면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지만 조 후보자의 경우 지지층이 의견을 적극 개진하면서 팽팽한 대결 전선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터넷 댓글창 등에서는 이념적 과몰입이나 확증편향 등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정치적 대결을 40, 50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 지지층에선 집회 주최자의 정치적 성향, 과거 행적을 연관시켜 “조 후보자 반대 집회 배후는 자유한국당”이라고 주장한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얼마 전 부모님과 조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을 이야기하다 서로 얼굴을 붉혔다”며 “나는 젊은세대가 느끼는 분노와 좌절을 이야기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제도를 만든 과거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해 대화가 겉돌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나온 가족펀드, 사학재단, 입시 문제에 대해선 개인을 넘어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당한 문제제기도 정치적인 공격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명수 고려대 교수도 “지금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은 진영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