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워크숍 인사말에서 이같이 밝힌 뒤 검찰발(發) 언론 기사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검찰개혁을 놓고 검찰과 갈등을 빚었던 여권이 조 후보자 수사를 계기로 또다시 검찰과 충돌하는 모양새다.
전날까지 검찰의 수사 배경 해석에 신중했던 여권의 기류가 돌변한 것은 이날 오전 언론 보도를 통해 피의사실 공표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다. 이 대표는 “누가 출국금지됐다는 둥, 부산에 있는 어떤 분이 대통령 주치의를 하는 데 기여를 했다는 둥 벌써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여러 개 있다”며 “이전까지는 언론의 과장 보도였다면 어제부터 나오는 뉴스들은 피의사실 유출이라 볼 수 있다.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과거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포해 인격을 살인하고,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에게 전달된 1억원짜리 시계를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의 검찰발 보도를 지칭한다. 이 대표는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의 전날 압수수색과 관련해 “언론에는 취재를 시키며 관계기관과는 전혀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며 “이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고 쏘아붙였다.
오후에 긴급히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 수사가 인사청문회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검찰이 수사 정보를 유출해 명예를 훼손하고 관련된 의혹을 확산해서 청문회에 영향을 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만약 재발한다면 수사를 책임진 특수2부장, 서울중앙지검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구체적으로 수사 지휘부까지 거론하면서 향후 검찰과의 정면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압수수색 시점이 조 후보자의 검찰개혁안 발표 다음 날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란 의심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여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대표는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힌다고 한 건지, 권력 실세를 건드린 것이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것인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무소속 의원도 “집권여당의 이런 발언은 검찰의 수사권에 부당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피의사실 유포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주치의 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검찰과 전혀 무관하다”며 “해당 언론사가 검찰과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취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정치권의 이런 발언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말도 나온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검찰의 중립을 위해 검찰이 그동안 추진해온 노력을 해할 수 있는 발언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박세환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