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감에… 현대차, 8년 만에 ‘無파업’ 임단협 잠정 합의

입력 2019-08-29 04:06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장 합의했다. 사진은 하언태(오른쪽) 현대차 대표이사(부사장)와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27일 오후 막판 교섭을 위해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큰 갈등 없이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 및 일본 무역보복으로 인한 위기와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사가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사는 27일 하언태 대표이사(부사장)와 하부영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21차 본교섭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임금 4만원(기본급 대비 1.74%) 인상과 ‘성과급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지급,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만~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우리사주 15주) 등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불확실성 확산 등 대내외 경영환경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 및 품질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는 다음 달 2일 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진행된다.

노사는 각종 수당 등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임금체계 개선에도 전격 합의했다.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산입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함과 동시에 지급 주기를 격월에서 매월 분할 지급으로 변경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도 없앴다.

더불어 노사는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차량용 부품·소재산업 지원과 육성을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협력사와 상생협력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방식 변화에 대비해 고기능·장기간의 기술 노하우가 요구되는 기술직무에 ‘고기능 직무 교육과정’을 신설,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합의했다.

9500명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대상 특별고용 일정은 1년 단축해 2020년까지 채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7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번 노사 합의에 따라 잔여 2000명에 대한 채용을 앞당겨 추진하게 된다. 다만 노조가 요구했던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해선 사측이 “인사·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하 지부장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계자동차산업 및 한국자동차산업의 침체와 구조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특히 최근 벌어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지소미아 폐기 등으로 한·일 경제전쟁이 28일 이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고려해 관행적 파업을 지양하고 조기 타결에 집중했다”면서 “8년 만에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