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방 “징용 해법 없인 협의 불가”… 언론 “한일 정상회담 필요한 시점”

입력 2019-08-29 04:04

일본 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28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 언론들이 이번 조치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은 이날 0시를 기해 시행된 일본의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에 따라 수출심사 우대국인 그룹A(백색국가)에서 제외돼 그룹B에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면서 수출 신뢰도에 따라 각국을 A~D의 네 그룹으로 재편했다. 그룹A는 기존 백색국가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6개국이 해당되며 한국이 포함된 그룹B는 브라질 터키 리투아니아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2004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백색국가로 지정됐으나 15년 만에 빠지게 됐다.

이날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1면에 보도하는 등 비중 있게 다뤘다. NHK 등 방송사는 자정을 넘기자마자 백색국가 제외 조치의 실행 사실을 알렸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지금이야말로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면서 “양국 정상이 과열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인 국익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악화 우려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과 협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안전 보장의 관점에서 수출관리를 적정하게 실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자국 내부 절차일 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뒤이어 한국 정부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최대 문제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강제성을 얼버무리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라면서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이번 조치로 자국이 겪고 있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니치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탈일본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에 대화를 요청하는 한편 (일본) 반응이 없으면 단번에 구조개혁을 진행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이미 한국에서 관광과 소비의 ‘일본 이탈’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후쿠오카 하카타와 부산을 여결하는 페리의 한국인 이용자는 이달 중순 전년 대비 70%가 감소하는 등 주요 관광지에서 한국인 방문자가 대폭 줄었다”고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