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에도 대구·경북 수출상담회엔 일본 기업인 북적

입력 2019-08-29 04:01
대구·경북지역 기업 관계자들이 28일 대구 북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2019 일본 유력 소비재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일본 측 구매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28일 대구에서는 일본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한 ‘일본 유력 소비재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일 무역 갈등으로 양국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좋은 상품을 찾겠다는 일본 기업인들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열린 수출상담회는 대구·경북지역 업체들의 일본 수출 활로 개척을 돕기 위한 것으로 대구시와 대구·경북 코트라(KOTRA)지원단이 마련했다.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 나고야, 오사카 등에서 활동하는 유통업체 17곳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대형 유통망을 갖추고 라쿠텐, 아마존, 돈키호테, 도큐핸즈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견 업체들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안경테, 가전, 섬유제품, 화장품, 문구 등의 상품을 만드는 53곳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날 일본 바이어들은 행사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인터불고 엑스코에 마련된 행사장에 나와 상담을 준비했다. 오전 10시30분 수출상담회가 시작되자 지역 업체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일본 바이어 앞에 상품을 펼쳐 놓고 열심히 상품을 소개했다.

대구시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지난 4월부터 준비를 했는데 최근 한일 무역 갈등으로 일본 기업들이 대거 불참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기존 참가 의사를 밝힌 일본 기업 대부분이 그대로 참여했다.

일본 기업들은 한일 관계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 찾고 싶어 참가했다고 한다. 도쿄에서 가전, 가구, 와인 등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고 있는 ‘스마일 코퍼레이션’의 수입담당자 이시구로 켄타(38)씨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더 좋은 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간 문제를 떠나서 양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고 상품을 만들면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업체들도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일본에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대구에서 유아용품을 생산하는 ‘디에스통상(신비아이)’ 신병철(43) 이사는 “일본 수출상담회에는 처음 참여하는데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수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바이어들과 지역 업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까지 1대 1 미팅과 상담을 진행했다. 안중곤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상황에서 지역 기업들이 해외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일본 현지의 시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