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 근성’ 그대로… 정현, 뒤집기쇼로 부활 신호탄

입력 2019-08-29 04:07
정현이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어네스토 에스커베이도와 가진 메이저대회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현(23·세계 랭킹 170위)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정현이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본선 첫 판에서 승리했다. 부상으로 5개월을 쉬고 돌아온 코트에서 성공적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한 번 더 승리하면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정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어네스토 에스커베이도(206위·미국)에게 3대 2(3-6 6-4 6-7<5-7> 6-4 6-2)로 역전승했다. 3시간36분을 소요한 풀세트 혈투로 펼쳐졌다.

승부는 4세트 게임스코어 4-4까지 팽팽하게 흘러갔다. 정현은 이 세트의 9번째 게임에서 에스커베이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고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때부터 5세트 4번 게임까지 여섯 게임을 연달아 따내고 승기를 잡았다. 정현은 공격 성공에서 에스커베이도를 64대 46으로 압도했다. 서브에이스는 모두 17개로 집계됐다. 정현은 이 승리로 3년 연속 이 대회 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정현은 지난해 1월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중상위권 강자로 도약하면서 서브와 세기만 보강하면 메이저대회 우승도 머지 않았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부상으로 불참한데 이어 지난 2월 ABN 암로 월드챔피언십을 끝내고 허리 부상을 입어 5개월을 통째로 쉬었다. 어느새 순위는 한국선수 중 최고인 19위에서 170위까지 미끄러졌다.

하지만 재기의 끈을 놓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지난 4일 폐막한 중국 청두 인터내셔널 챌린저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일본 요카이치 챌린저 8강에서 기권할 때까지 복귀 후 7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정현은 30일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위·스페인)와 32강전 진출권을 놓고 대결한다. 올해 36세인 베르다스코는 2009년 세계 랭킹을 7위까지 끌어올렸던 베테랑이다. 그해 호주오픈 4강에 진출했다. 정현은 베르다스코를 2015년에 한 차례 만나 0대 2로 졌다. 정현이 베르다스코를 이기면, 대진표상 ‘흙신’ 나달과 32강전에서 만날 수 있다.

정현은 경기를 마치고 소속사 IMG코리아를 통해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 쉽지 않겠지만 다음 경기에서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