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균제 참사 책임 정부 탓으로 돌린 옥시 대표 뻔뻔하다

입력 2019-08-29 04:05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SK케미칼이 1994년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부터 2011년 판매가 중단될 때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는 1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피해자이거나 잠재적 피해자다. 지난 23일 현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피해자는 6509명으로 이 가운데 1431명이 사망했다. 특히 중증환자들은 2억원에 가까운 폐 이식수술을 받거나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하며 지내고 있다.

이 사건의 1차적 책임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판매한 기업들에 있다. 그럼에도 옥시레킷벤키저 박동석 대표는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다는 거다. 옥시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회사다. 백번, 천번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해도 피해자의 아픔을 달래기 어렵다. 아픔을 함께 아파하지는 못할 망정 책임을 회피하는 옥시의 행태는 뻔뻔하기 그지없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으나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장본인이 할 소리는 아니다.

이 같은 후안무치한 책임 회피는 옥시에 국한되지 않았다.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과 제품을 판매한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대응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해온 사실이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법정 싸움에 대비해 말 맞추기를 했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또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 개정을 막기 위해 공동 대응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문회에서 한 두 회사의 사과가 진심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법이 한없이 무디니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범위를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되고 그에 따른 건강 악화가 확인되는 경우’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때늦었다. 피해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진작 그래야 했다. 가해 기업에 대한 법적·경제적 책임을 묻는데도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 법 개정 약속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