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를 직접 찾지 않아도 ‘어느 주유소가 싸다더라’는 정보를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된다. ‘주유소 가격 비교’만 검색해도 다양한 앱을 찾을 수 있다. 과거처럼 ‘가장 싼 주유소’라는 식의 현수막 광고도 이제 의미가 없게 됐다.
알뜰주유소는 이런 주유소 가격 비교 앱들이 넘쳐나기 전인 2012년에 생겼다. 정부가 정유사 2곳을 선정해 저가로 휘발유, 경유를 대량 구매한 뒤 석유공사를 거쳐 이를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구조다. 당초 계획은 ℓ당 일반주유소보다 100원 싼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일반보다 ℓ당 30~40원가량 싼 가격이 형성돼 있다. 2018년 5월 기준 휘발유는 알뜰주유소가 1554.90원, 일반주유소가 1584.20원이었다. 경유는 각각 1367.0원, 1394.5원이었다.
알뜰주유소는 전국 1158곳(2018년 12월 기준)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인근 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유4사가 꽉 쥐고 있던 시장에 경쟁을 촉진해 합리적인 가격 형성에도 기여한다고 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끊임없이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알뜰주유소가 ‘철지난 정책’이라는 평가다. 소비자 스스로 주유소의 가격을 비교해 선택하기가 용이해졌고, 가격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 정유사와 거래하는 일반주유소에서 제공하는 각종 카드 포인트·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오히려 알뜰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유를 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이 확대되면서 과거 알뜰주유소가 생길 때처럼 유가가 크게 뛸 위험성도 비교적 낮아졌다. 업계에선 “유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는데 여전히 국가가 정유 사업에 관여를 하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는 시각도 있다.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값이 더 싸다는 것도 때로는 사실이 아니다. 정유사들이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제공하는 각종 포인트·할인율을 적용하면 오히려 일반주유소가 더 저렴할 때도 있다.
알뜰주유소의 입지조건도 논란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서울·수도권에 거의 없고 한적한 곳에 있는데 그런 입지라면 일반주유소도 싼 가격에 휘발유 값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지역에서 알뜰주유소는 전체 주유소의 약 5%에 불과하다. 도심 지역은 임대료가 비싸고, 주유소 개설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입지조건은 알뜰주유소가 인근 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란과도 연관이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기준으로 3㎞이내 주유소→해당 지역→전국으로 갈수록 가격이 상승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알뜰주유소의 상당수가 변두리에 있으니 당연히 그 주변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사실 정유사들은 그동안 알뜰주유소 정책에 반대해왔다. 정부가 나서서 석유제품 값을 조정하는 게 지나친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알뜰주유소 입찰을 보이콧할 수는 없다. 정유사 입장에선 알뜰주유소가 ‘계륵’ 같은 존재다. 하기엔 선뜻 내키진 않지만 남들이 가져가게 둘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정유 생산 과정에 있다.
정유를 생산할 때는 반드시 경유와 휘발유가 동시에 생산된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 생산할 수 없다. 문제는 경유가 필요해서 정제를 할 때도 불필요한 양의 휘발유가 생산되는데 이를 처치하기 곤란할 때 알뜰주유소가 좋은 타개책이 된다. 요즘처럼 정제마진이 안 좋을 때는 알뜰주유소에 제공하는 가격이나 일반주유소에 파는 가격이나 비슷하게 낮기 때문에 큰 손해는 없다. 다만 정제마진이 언제 올라갈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마냥 속 편한 상황은 아니다.
업계의 불편한 속내와 별개로 정부와 알뜰주유소 업계는 정책의 효과가 건재하다고 보고 있다. 김홍준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사무국장은 “주유소 가격 비교를 이용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 위주”라며 “정유사들은 알뜰주유소 때문에 가격 인상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실제 알뜰주유소가 생기고 정유4사의 독점은 와해됐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