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된 보수 세력 통합 방향을 놓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사이에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태극기 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우파 세력까지 통합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나 원내대표는 개혁보수 세력과 함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각기 다른 통합론이 빗발치면서 ‘화력’이 분산되자 일부 의원들은 통합 작업을 황 대표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취임 6개월을 맞은 황 대표는 27일 보수 싱크탱크 ‘플랫폼 자유와 공화’가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자유우파 세력은 분열했을 때 졌다. 우리가 뭉치면 이길 수 있다”며 “한국당 대표로 취임했을 때의 첫 메시지도 통합이었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 논의를 위해 마련된 이 토론회에서 황 대표는 “통합을 이야기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통합의 싹이 트지 않고 있다.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원인은 분열된 자유우파 세력이 각자의 리더십을 내려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각각 한국당 내 친박·비박계와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유승민계와 우리공화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그간 모든 보수 세력이 반문재인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나 원내대표도 한국당을 중심으로 두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우리공화당보다는 중도개혁 세력과 우선 통합해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 우선’, ‘유승민 의원과 함께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지도부 일원이 통합 대상으로 특정 세력과 의원을 콕 집어 거명한 것이라 당 안팎으로 파장이 적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에게 이날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한국당 연찬회의 강연을 부탁하기도 했다. 현재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는 김 교수는 안 전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정책대변인을 지냈다. 김 교수는 한국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개혁적 중도보수가 모여 반문재인 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통합 논의가 제각기 다른 각도로 표출되는 것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4선인 정진석 의원은 “황 대표 자신이 통합 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황 대표에게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원내대표도, 최고위원도 통합을 이야기하는 중구난방식 통합 논의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본래 한국당 출신으로 현재는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황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기성 정치인들 대신 보수 원로들이 통합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무성 의원과 정 의원이 공동 주최한 ‘열린토론, 미래’ 행사에서 “특정 정당 중심의 통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황교안·안철수·유승민 모두 빅텐트를 칠 수 없다. 인지도가 높고 권위가 높은 중도보수 통합의 원로분들이 빅텐트를 쳐줘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정의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그동안 한국 중도보수를 대표했던 분들의 빅텐트 속으로 각자 개별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