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침체에… 국내 완성차업계 구조조정에 ‘사활’

입력 2019-08-28 04:06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심화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과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1일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오는 10월부터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변경할 계획을 밝혔다.

생산량이 60대에서 45대로 25%가량 줄어들면 현재 1800명인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20%가량인 400명 정도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이 있다. 사측은 노조에 희망퇴직 또는 순환휴직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직 구조조정의 규모와 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건 아니다”면서 “앞으로 노조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계속되는 판매 부진으로 지난달 생산물량 조절을 위해 나흘간 평택공장을 가동 중단한 데 이어 임원수를 20% 축소하고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쌍용차는 상반기 약 7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GM 역시 지난해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가동률이 낮은 창원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26일 부분파업 중인 노조에 “파업을 철회하고 경영 정상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업체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판매가 줄면서 국내 업체들의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생산물량 조정 및 구조조정에 나서는 건 닛산 ‘로그’의 수출물량 감소 탓이다. 르노삼성은 올 1~7월 9만8800여대의 완성차를 생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1% 감소한 수치다. 로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로그는 지난해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다음 달로 위탁생산은 끝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르노삼성은 노사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물량 감소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완성차업체의 동향은 부품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자동차부품사인 보쉬도 자동차산업 수요 둔화와 차량공유 확대, 전동화 등을 이유로 인력 감원계획을 밝힌 바 있다”면서 “특히 디젤 관련 중심으로 감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부품사도 유사한 흐름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