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캐리 람(사진) 홍콩 행정장관이 젊은층과 대화에 나서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회나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선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화가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람 장관은 전날 일부 각료들과 함께 20, 30대 주축의 홍콩 시민 20여명과 차이완 지역의 ‘유스 스퀘어’에서 비공개 회동을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람 장관에게 “시위대의 5대 요구 가운데 먼저 ‘송환법 완전 철폐’와 ‘독립조사위원회 구성’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람 장관은 뚜렷한 설명 없이 “송환법을 완전히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했고, 독립조사위원회에 대해서도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과도한 폭력 사용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람 장관은 27일에는 경찰이 실탄과 물대포를 사용한 것과 관련, “경찰은 시위대에게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해 왔다”며 “법적 수단으로 폭력을 근절하겠다. 경찰이 폭력 시위대에게 더 큰 폭력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홍콩 정부의 비상사태 조례 발효 가능성에 대해서는 “폭력과 혼란을 막을 법적 수단이 있다면 홍콩 정부는 이를 검토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시위 진압과 관련 홍콩 경찰은 흉기는 물론 총탄까지 막을 수 있는 진압복을 중국 본토에 주문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홍콩 경찰이 한 벌당 가격이 5000홍콩달러(약 77만원)인 진압복 500벌을 주문해 일부는 이미 3개 경찰서에 보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시위대 편을 드는 서방의 시각을 거칠게 성토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서방 언론은 경찰의 경고사격을 폭력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고, 더 거칠고 치명적인 시위대의 경찰 공격은 가볍게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폭도들이 경찰버스를 쇠몽둥이로 때려 부수고, 경찰관들을 뒤쫓아가면서 때리는 상황이 뉴욕이나 런던에서 발생했다면 양국 경찰은 어떻게 대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