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코끼리 쇼에서 코끼리가 조련사 말을 안 들었어요. 쇼를 보던 한국인 관광객이 코끼리 귀에 대고 얘기를 했더니 코끼리가 눈물을 흘려요. 다시 귀에 대고 얘기를 하니 이젠 앞발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신영철 군산 주마음교회 목사가 난데없이 코끼리 쇼 이야기를 꺼내자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해 하다 큰 웃음을 터뜨렸다. 신 목사가 곁들인 해석 때문이었다. 관광객이 자신은 개척교회 목사라고 얘기하자 코끼리가 울었고 ‘같이 개척하자’고 하니 두 발을 치켜들며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신 목사는 농반진반으로 “개척이 뭔지 알았더라면 절대 안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군산 믿음의교회(임세훈 목사)에서 개최한 ‘2019 개척·미자립 목회 아카데미 프로그램’ 26일과 27일 현장이다. 기장은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 목회를 위한 실질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교단의 정체성이 담긴 안내서를 마련하기 위해 29일까지 4일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소교회(작고 강한 교회) 목회자들이 미자립교회와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케이스마다 다르다. 무작정 성공한 걸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지역과 상황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연고도 없는 군산의 성화교회에 부임한 나신환 목사에게 보인 건 아이들이었다. 나 목사는 “교회가 시내에서 좀 떨어진 데다 미군 부대 인근이었다. 여러모로 소외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갈 곳이 없었다. 조손 가정도 많았다. 성화교회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센터는 군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 됐고 가장 많은 40여명이 모이는 곳이 됐다. 어린이집도 세웠다. 저출산으로 농촌에 아이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곳 어린이집은 정원 70명을 꽉 채웠다. 나 목사는 “덕분에 지역의 어려운 가정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센터나 어린이집에서 직접 전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교회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교회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매일 식사도 대접한다. 벌써 8년째다.
이번 아카데미에 장소를 제공한 임세훈 목사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전원교회를 준비했다. 이강권 믿음의교회 장로는 “개척 후 2년 만에 100평의 토지를 매입해 건축했다”면서 “이후 임 목사와 함께 청년을 위한 성전 건축을 상의하다 전원교회의 비전을 이야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산교도소 등이 있어서 땅값이 싼 지금의 장소에 교회는 3000평의 토지를 샀다. 자연장을 할 수 있는 동백숲을 조성했다. 평신도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커피동호회가 재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회 안에 카페도 만들었다.
개척교회인 전주 늘사랑교회 김은영 목사는 “우리 교회 최연소 성도가 70세이고 옆 동네 교회는 최연소가 80세”라며 “지역별 맞춤 목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소교회가 되려면 평신도의 역할이 특히 더 중요하다. 믿음의교회가 그랬다. 평신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교회에선 임 목사 대신 이 장로가 강연자로 나섰다. 이 장로는 1989년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다. 임 목사가 전도사로 사역하던 교회에서 인연을 맺은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 장로는 “개척할 때 저를 포함한 3명의 집사, 임 목사의 친인척 등 20여명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2년 뒤엔 성도가 100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출석 성도가 150여명이다. 중고등부까지 더하면 200명이 넘는다.
미자립교회와 개척교회 목회자들도 모두 평신도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대형교회의 지원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물질적 지원 외에 평신도 가정을 파송해 교회를 함께 섬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였다.
송주용 충주 열방교회 목사는 “개척교회를 찾았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냐”며 “1년 만이라도 평신도 10명이 함께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척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해야 한다는 데는 모든 참석자가 생각을 같이했다.
코끼리 쇼 이야기를 한 신 목사는 “개척하고 2년이 지나도 성도가 늘지 않아서 하나님께 왜 나를 여기로 보냈냐고 원망도 했다”며 “그래도 기도하고 예배하니 지난해 성도가 16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군산=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