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 독립운동 현장 보며 도전·격려 받아”

입력 2019-08-28 00:01
지난 18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독립운동가 최재형 생가를 방문한 새일아카데미 소속 탈북 청년들이 최 선생의 일대기를 들으며 역사교육을 받고 있다. 새일아카데미 제공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요즘 먹고사는 것만 신경 쓰다 보니 북한과 통일에 대해선 잊고 산 것 같아요. 늦깎이 대학생으로 취업 준비를 하다 어느새 제 문제에만 매몰된 것이죠. 러시아에서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님의 발자취를 보며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16~19일 러시아 연해주 역사탐방에 참여한 이수철(가명·32·동양미래대)씨는 최근 서울 동작구 사당로 새일아카데미(이사장 조요셉 목사, 원장 김국성 목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탐방은 탈북 대학생을 위해 일대일 맞춤식 교육을 하는 새일아카데미가 주최하고 남북하나재단의 후원으로 이뤄진 행사다. 이씨 등 7명의 탈북 청년이 참여했다.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탐방에서는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이상설(1870~1917) 선생의 고택과 기념비를 방문하고 발해성터, 신한촌 등을 둘러봤다. 우수리스크 사랑의공동체에서는 고려인 어르신 및 어린이들과 교제하는 시간도 가졌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박윤철(가명·24)씨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소명을 재정립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고려인들의 삶과 선조들의 독립운동 현장을 본 뒤 공부하는 목적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뿌리를 둔 민족인데도 조선족, 고려인, 남북한으로 나눠진 상황을 보며 아름다운 통합을 위해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번 탐방에서 배운 독립운동의 역사는 북한에 있을 때 알고 있던 역사와 조금 달랐다. 북한에선 항일운동을 설명할 때 김일성의 활약을 매우 강조한다. 김일성 우상화 작업에 유리한 것만 남기고 나머진 제거하는 식이다.

박정희 아카데미 교무실장은 “한국에 온 탈북 청년들은 북한과 다른 여러 환경과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기 삶을 드린 선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도전과 격려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탈북 대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영어 논술 수학 과학 생물 화학 등 기초과목과 경영 경제 법학 등 전공과목 등 일대일 맞춤식 교육을 하는 방과후학교다. 통일 후 북한 재건과 북한 선교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됐다. 현재 학생 19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교사 30명이 재능기부로 봉사한다.

1998년 탈북한 이씨는 10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다 2008년 한국에 입국했다. 지난해 대학 입학 후 수학과 물리학 등을 따라가기 힘들어 매일 이곳에서 보충 수업을 들으며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중국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이씨는 “방학 땐 아카데미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가족 같은 분위기라 좋다”고 했다. 조요셉 이사장은 “이곳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같이 공부하고 교제하며 이미 마음의 통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