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첫 기자간담회에서부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구글·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재벌 개혁론자’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조 후보자는 27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면서도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도록 하겠다. 재벌도 법을 위반한다면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지난 9일 조 후보자 지명 이후 처음이다. 조 후보자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왔지만 분명한 어조로 소신을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엄격(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나 했다.
특히 조 후보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겨냥해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대기업 자신에도 결국 손해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있는 행태 교정에 주력하겠다.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자료 공유를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국제 분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기업이 과거에 생각지 못한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유기적인 상생 협력체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4대 그룹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힌 김상조 전 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달리 법 집행에 있어 기업 규모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기의 심판은 스타플레이어뿐 아니라 무명의 플레이어도 규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정경제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심판이 어떤 경우라도 규칙을 지켜야 하듯 (시장경제의 심판으로서) 공정위의 법 집행에는 일관성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조 후보자는 “ICT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관심이 많다”며 “이 분야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만큼 개별 사건 조사·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 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