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청문회 일정 재협상 촌극 벌인 여권

입력 2019-08-28 04:02 수정 2019-08-28 09:51
여야가 진통 끝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정했지만 막바지에 재협상을 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다음 달 2~3일로 잡은 청문회 일정에 청와대와 여당 원내대표단이 곧바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는 바람에 우여곡절이 빚어졌다.

이인영 여당 원내대표는 “(청문회 일정은) 명백한 법적 근거에 따른 시한인 만큼 국회 편의대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원내대표단은 (법사위) 간사 합의를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9월 3일은 법적으로 청문 일정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왜 국회가 정치적 합의로 가져가느냐”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2항에 따르면 국회는 공직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6조3항에는 부득이한 사유로 기간 내에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임명권자가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게 돼있다. 피치 못할 사유로 인사청문회가 법적시한을 넘길 수 있으며, 이 경우 임명권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법사위 간사들의 합의가 다음 달 2일로 돼있는 청문회 법적시한을 넘긴 것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했다고까지 볼 수는 없는 셈이다.

관례상 지켜지던 청문회 법적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야당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실무준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해 법사위가 어렵게 정한 일정을 번복하려 한 여당의 행태도 월권에 해당한다. 국회법상 위원회의 의사일정은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정하게 돼있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법사위 소관이다. 여당은 ‘국민 청문회’란 법에도 없는 제도를 들고 나와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국회가 스스로 정한 법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들 앞에 법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법의 영을 세우지 못한 정치 역시 국민 앞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논쟁적인 사안일수록 법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법적으로 가능한 정치행위의 테두리를 미리 정함으로써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