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 수준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아동 종합실태 조사’에서 9~17세 초·중·고교생의 개인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57점이었다. 이를 OECD 웰빙지수와 비교하면 큰 격차가 뚜렷이 확인된다. OECD 회원국 어린이·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평균 7.6점이고 북유럽 국가는 대부분 8점 안팎이며 터키 정도가 한국과 비슷한 점수를 보일 뿐이다. 이 조사는 아동복지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5년마다 벌이는데, 5년 전보다 0.5점 미만의 소폭 상승에 그쳤다. 경제규모와 국민소득은 향상됐지만 어린이·청소년의 삶의 질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 항목을 보면 건강, 성취, 관계, 안전, 동네, 현재 생활수준, 미래 안정성 7개 영역의 만족도 가운데 현재 생활수준과 미래 안정성의 점수가 유독 낮았다. 생활수준은 자연스럽게 다른 가정과 비교하며 자신의 만족감을 측정하게 되는 상대적 지표다. 현재의 생활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뜻이며, 미래 안정성에 낮은 점수가 매겨진 것은 그런 격차를 극복하는 일을 매우 힘겹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아이들의 행복도는 이렇게 사회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연구원도 이번 조사 결과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 특징으로 격차를 꼽았다. 빈곤 여부, 소득 수준, 가구 형태 등에 따른 격차가 삶의 질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빈곤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실업 가정 등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생활수준 만족도만 낮은 게 아니라 학교생활 만족도, 인간관계 만족도, 미래 안정성 만족도 등이 나란히 떨어졌다. 경제 문제가 사회적 차별과 기회 박탈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행복한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연구원은 행복한 사회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해선 행복도의 평균점수를 높이기보다 가장 불행한 이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 특히 그 아이들에게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이 보장돼야 한다.
[사설] OECD 꼴찌인 한국 아동 행복지수… 문제는 격차
입력 2019-08-2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