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훈련은 폄하·미일 훈련은 강화… 흔들리는 한·미동맹

입력 2019-08-27 04:07
2017년 3월 14일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 참가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는 모습. 한·미는 북·미 비핵화 대화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올해 KR과 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대규모 연합훈련을 폐지했다. 뉴시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불안정해지면서 향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유예되거나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훈련은 한·미가 동맹을 유지하는 핵심 축이기도 해 훈련 규모 등에 변화가 생길 경우 양국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목소리는 미국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심지어 25일(현지시간) 한·미 연합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total waste of money)”라고 평가절하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한국이 ‘워게임’을 하는 데 화가 났다”면서 “솔직히 말해 나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기쁘지는 않다”며 “그러나 그(김 위원장)가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실시된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주도의 전시 대응능력 검증이 이뤄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훈련에 대해서조차 “수정된 버전의 훈련을 했다. 수정됐지만 나는 솔직히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보임에 따라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온 김 위원장이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한국 정부에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측이 올해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지 못했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내년에는 부담하라고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연합훈련을 유예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한·미는 올해도 북·미 비핵화 대화를 감안해 연합훈련을 축소 실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비용 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한·미 연합훈련은 꽤 오래전에 포기했다. 훈련을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미국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 군사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훈련은 한국에 순환배치되는 미군의 유사시 대응절차 숙달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더욱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아시아 전략 측면에서 미국은 한·미 군사동맹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한·일 관계에 이어 한·미 관계에서까지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 입장에 반하는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배제될 경우 자연스럽게 연합훈련이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이날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부산에서 가까운 규슈 등 일본 서부에서 진행되는 미·일 연합 군사훈련 ‘오리엔트 실드’에는 전시 증원(RSOI) 훈련이 처음으로 포함되는 등 훈련 강도가 세졌다. 전시에 미군이 동맹국의 전방 깊숙이까지 전개하는 과정을 훈련하는 RSOI는 올해 폐지된 한·미 키리졸브 훈련의 전신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