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이 여론의 압박 속에서도 ‘조국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지만, 조 후보자 한 명의 거취에 정권의 명운이 달린 듯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조 후보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당청이 조 후보자를 방어하는 첫 번째 논리는 ‘불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가 딸의 진학 과정이나 논문 작성에 직접 개입한 일이 없으므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어 소명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26일 “조 후보자가 딸의 입시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이 없지 않나. 유일한 흠결이라면 그동안 조 후보자가 뱉어놓은 ‘말의 빚’”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조 후보자를 옹호하며 자주 드는 예시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사례다. 딸의 KT 부정채용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과 달리 조 후보자는 아직 그런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과 언론이 조 후보자 ‘신상 털기’를 하고 있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조 후보자가 현 정부에서 갖는 상징성과 무게가 여타 장관 후보자들과 다르다는 점도 ‘조국 구하기’의 배경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해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 때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마무리 역할에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대체재가 없다. 조 후보자만큼 상징성 있는 인물이 없다”며 “청와대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 안 된 검찰개혁을 조 후보자를 통해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조 후보자를 지켜내야 부산·경남(PK) 출신의 잠재적 대선주자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조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당청 갈등이 촉발되고 지지층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면 새로운 당청 갈등과 지지자 이반이 같이 오게 된다”며 “떨어진 지지율은 이후에 조금씩 만회할 수 있지만 조 후보자를 버렸을 때의 폭풍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다는 점도 여권이 조국 구하기에 나서는 이유다. 성난 민심도 곧 가라앉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다른 중진 의원은 “정치라는 게 새로운 사건들이 늘 나타난다.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그 다음에 총선과 공천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지금 지지율이 빠져도 야당에서 헛발질을 하면 또 그냥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청이 여론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이 고비만 버티자’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유권자 251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 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지난주보다 3.2% 포인트 하락한 46.2%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50.4%로, 취임 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여야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다음 달 2∼3일 이틀 동안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조 후보자의 거취는 청문회 뒤 결판이 날 전망이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