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중은 너를 위한 거야”… 동료 챙긴 고진영, 더 빛난 우승

입력 2019-08-27 04:08
고진영이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마그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 마그나 골프클럽. ‘챔피언 조’의 고진영(24)과 니콜 라르센(26·덴마크), 브룩 헨더슨(22·캐나다)은 구름 관중과 함께 18번 홀의 마지막 핀을 향해 걸어갔다.

이변이 없는 한 고진영의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고진영은 이때까지 2위 라르센을 4타 차이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퍼트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72홀 노보기’ 우승의 진기록이 가능했다. 갤러리들은 흥분한 표정으로 챔피언 조를 뒤쫓았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상황. 하지만 고진영은 이 순간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함께 라운딩하는 챔피언 조의 경쟁자들 중 가장 어린 헨더슨에게 먼저 다가가 나란히 걸으며 말을 건넸다.

고진영이 마지막 18번홀에서 함께 플레이한 캐나다 출신 브룩 헨더슨과 사이좋게 그린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브룩, 이 관중은 너를 위한 거야.” 힘을 북돋는 고진영의 따뜻한 격려에 헨더슨은 “내가 아니라 너를 위한 사람들”이라고 화답했다. 고진영은 “함께 걷자”고 제안했고, 헨더슨은 흔쾌히 수락했다. 두 선수는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걸었다. 세계 랭킹 1위인 고진영과 자국 톱스타인 헨더슨의 우정 어린 모습에 갤러리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헨더슨은 캐나다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캐나다에서 진행된 투어에서 헨더슨이 가장 많은 갤러리에게 둘러싸이는 것은 당연했다. 고진영은 마지막 순간을 헨더슨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한다. 고진영은 AP통신에 “18번 홀에서 그린으로 걸을 때 몰려든 갤러리들은 나보다 헨더슨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헨더슨의 팬은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기준 타수가 4타인 18번 홀에서 라르센과 헨더슨은 먼저 파로 경기를 끝냈다. 헨더슨에 이어 마지막 퍼트에 나선 고진영은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그 순간, 헨더슨은 고진영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축하했다. 고진영은 두 팔로 헨더슨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고진영은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나흘간 단 하나의 보기도 범하지 않고 버디 26개로만 타수를 줄여 생애 첫 ‘노보기’ 우승을 달성했다.

고진영은 시즌 4승과 개인 통산 6승을 수확했다. 2016년 아리야 주타누간(5승·태국)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4승) 이후 3년 만에 LPGA 투어에서 한 시즌 동안 4승을 올린 선수가 됐고, 박인비가 2015년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이룬 노보기 우승을 4년 만에 재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