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이 고조된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를 선언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년간 8차례 부도를 낸 전력이 있다. 툭 하면 부도를 내는 수준이랄까. 그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어느 정도의 ‘나비효과(잠재적 파급력)’를 가졌느냐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아태지역 담당자는 26일 “아르헨티나 금융 불안은 경제 근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위험)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가 국제 채권시장이나 신흥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만큼 주변국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제 채권시장에서 아르헨티나 비중은 2001년 채무불이행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현재 1%가 안 된다. 정부채권 비중도 5% 수준에 그친다.
금융위기 전이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거론되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낮다. 브라질 전체 수출에서 아르헨티나 비중은 5%, 브라질이 보유한 아르헨티나 부채는 전체 부채의 7%에 불과하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불안이 전이되려면 금융시장에서의 연관성이 깊어야 하지만 딱히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 외에 큰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금융 불안이 시작된 시점은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반시장 성향의 야권 후보가 압승한 지난 11일(현지시간)이다. 이후 지난 21일까지 아르헨티나 주가(메르발 지수)는 38.6%, 통화(페소화) 가치는 17.2% 급락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남미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은 미미했다. 가장 크게 움직인 브라질은 주가와 통화가치가 각각 4.6%, 1.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콜롬비아는 0.4%, 0.5% 상승했다. 아시아 신흥국 주가는 전반적으로 올랐다. 러시아(2.7%) 인도(1.1%) 필리핀(0.9%) 인도네시아(0.5%)가 올랐고 베트남(-0.1%)이 소폭 하락한 정도다. 한은 아태경제팀 관계자는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게 브라질인데 아르헨티나 영향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변동폭이 작다”며 “아르헨티나보다는 시장의 단순 변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금융 불안이 다른 ‘지정학 리스크’를 자극해 큰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노딜 브렉시트(합의 도출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분쟁, 홍콩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 선언 시 글로벌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