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이냐 사육이냐… 인간과 동물, 공존을 말하다

입력 2019-08-27 04:02

당신이 바라보는 동물원은 어떤 곳인가. 아이들의 넘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동심의 세계, 혹은 야생동물들을 속박하는 억압의 공간.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동물원은 이대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사라져야 하는가.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원’(사진)은 충북 청주랜드 동물원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담히 기록한다. 울타리 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반(半)야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원의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이 한데 담겨있다.

영화는 그러나 섣부른 가치 판단을 지양한다. 동물원을 둘러싼 양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동물원이 야생동물 보전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면서도, 너른 야생에서 뛰놀며 살아야 할 동물들이 우리에 갇혀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 물고기 먹는 법부터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아기 물범 초롱이, 청주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터줏대감 표범 직지, 생의 끝자락에 놓인 호랑이 박람이, 야생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는 독수리 하나,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만 찾는 앵무새 체리까지.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고민은 한 가지다. 본 서식지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어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동물원 폐지론자임을 밝힌 한 수의사는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날지 못하던 새가 하늘 높이 나는 걸 보며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한 사육사는 “친구들이 저보고 ‘동물 똥 치우러 가냐’ ‘동물들 가둬놓고 괴롭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씁쓸하게 웃기도 한다. 자조 섞인 고백들이 더욱 진한 울림을 전하는 건, 그들의 땀방울 알알이 녹아있는 동물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구조센터에서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한 독수리를 데려와 거두거나 활동 반경이 큰 표범을 위해 구름다리를 놔주는 식의 노력은 ‘야생이냐, 사육이냐’는 딜레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생’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한다. 왕민철 감독은 “동물원이 없으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갈 곳조차 없다. 그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이 땅에서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95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