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RCEP 회의에서 마주했지만 입장차만 확인

입력 2019-08-27 04:03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26일(현지시각) 중국 정저우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제27차 공식협상’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통상 갈등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다시 평행선을 그렸다. 지난 24~25일 인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의에서 마주 앉은 양국 고위 공무원들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일본의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에 긴장감은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다. 오는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발효되면 통상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통상 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후속 카드를 엄중히 준비하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차 RCEP 회기 간 협상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실·국장급 양자회의를 가졌다고 26일 밝혔다. 한국 측 대표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나섰다. 일본에선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재무성, 농림수산성 4개 부처 국장급 인사가 공동 수석대표로 참여했다. RCEP 협상 차원의 만남이지만 주요 의제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다뤄졌다.

한국 측은 ‘일방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내 공급망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원론적 답변을 반복했다. ‘안보 차원에서 수출제한 조치를 조정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한국 측은 유감을 표명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28일’이 한·일 통상 갈등의 변곡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28일부터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게 되지만, 이번 양자회의에선 이 조치를 되돌릴 단초를 찾지 못했다. 양국의 긴장관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콕 집어 수출을 규제한 핵심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 외에 추가로 수출규제를 할 품목을 고시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품목을 늘릴수록 한·일 통상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 측에서 먼저 나서 갈등을 증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통상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급이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대비책 등을 세워놓고 있지만 추가 조치를 곧바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인 ‘WTO 제소’ 역시 28일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준비 자체는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제소 여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