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했다”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딸의 특혜 논란에 자세를 낮추면서도 본인이 여전히 법무부 장관 적임자라고 강변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들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빨리 열어 달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25일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의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며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지명 뒤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송구하다’는 입장이 나온 건 처음이다. 그는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반성했다.
조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신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조 후보자가 지난 24일 사모펀드·웅동학원과 관련한 이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밝힌 뒤 이날 딸 문제도 사과했지만, 인사청문회 문턱은 아직 높아 보인다.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현재진행형이고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에 대한 의혹도 가라앉히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크다.
조 후보자 가족이 거액 투자를 약정한 사모펀드는 결국 ‘가족펀드’로 판명됐고, 재정파탄 상태의 웅동학원에 대해서는 “포기한 게 없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개인투자자 6명 중 조 후보자의 아내와 두 자녀 외에 나머지 3명도 조 후보자 처남과 두 자녀로 드러났다. 야당은 비판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 가족이 사모펀드에 전액을 투자했고, 이 펀드는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에 13억8000만원 ‘몰빵 투자’를 했다. 내부정보 등 웰스씨앤티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남 전 의원은 “조 후보자 측 사모펀드가 코스닥 등록회사를 통한 우회상장으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도모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코스닥 회사인 W회사와 조 후보자 측 사모펀드가 2017년 11월 정관을 똑같이 바꾸려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모펀드 투자자 전원이 가족이라면 고위 공직자의 주식 직접투자 금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간접투자를 활용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모펀드 운용사와 출자자가 모두 친족과 연관돼 있다면 직접투자의 개연성이 있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상 사모펀드라면 투자금을 중간에 빼기 어려운데, 후보자가 쉽게 헌납을 약속한 건 가족 예금통장인 것을 고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웅동학원의 땅과 건물, 현금은 130억원대지만 부채는 200억원을 넘는다. 나 원내대표는 “100억원대의 빚덩어리 사학의 빚을 국가한테 또 책임지라는 것이냐”며 “국민의 마음을 달래겠다며 내놓은 약속마저 먹튀”라고 비난했다.
허경구 심희정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