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법에 없는 ‘국민청문회’, 야당은 법정시한 넘겨 추석까지

입력 2019-08-26 04:07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가운데) 대표와 나경원(왼쪽) 원내대표 등 당원들이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뒤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집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에도 없는 ‘국민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나오는 등 날로 악화되는 여론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전략이지만, 자유한국당은 “가짜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는 25일에도 청문회 일정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협상 시한으로 26일을 못 박아둔 상태다. 이때까지도 한국당과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7일 국민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게 당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에 ‘언론이 묻는 국민청문회(가제)’ 개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두 기관이 응하면 27일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안한 국민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상 법적 근거가 있는 정식 청문회가 아니라 일종의 기자간담회에 불과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국민청문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정상적인 청문회를 하는 것이 맞다”며 “한국당이 일정조차 잡아주지 않으니 국민청문회 얘기까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청문회는 법에도 없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법이 정해놓은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개최 요청을 받은 두 협회가 이날까지 답변을 하지 않은 데다 참여자나 진행 방식 등 구체적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두 협회는 청문회 개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꼭 국민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식 청문회가 어렵다면 여러 가지 형식의 자기검증 기회를 조 후보자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법정 시한인 30일까지 관행에 따라 청문회를 하루만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회는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틀간 진행했지만, 다른 국무위원은 하루에 다 마쳤다. 하지만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경우 검증할 게 많아 다음 달 2일부터 적어도 이틀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당 회의에서 “송기헌 민주당 간사에게 우리 당 안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민주당이 국민청문회를 하겠다는 건 검증이 두려워서 청문회를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9월 첫주에 청문회를 고집하는 것은 그 다음 주인 추석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추석 차례상 대화를 통해 조 후보자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 이를 바탕으로 사퇴를 관철시키고 문재인정부 책임론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어서다.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직 수행이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적합하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일주일 전 조사에서 42%였던 ‘적합’ 의견이 급감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34%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