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웹콘텐츠… 제작 쉽고 젊은 감성 갖춰 ‘날개’

입력 2019-08-27 04:10
시청자들과 접점을 늘리고 싶은 연예인과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해보고픈 제작진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숱한 웹드라마와 웹예능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은 재기발랄한 감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웹콘텐츠들. 위쪽부터 연애플레이리스트4, 워크맨, 뇌피셜. 유튜브 캡처

방송인 장성규가 에버랜드, 워터파크 등 이색적인 일터 곳곳을 체험해본다. 언뜻 ‘체험 삶의 현장’(KBS2)을 떠오르게 하는 이 웹예능의 이름은 ‘워크맨’. JTBC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유튜브 콘텐츠로 장성규의 개그 감각을 재기발랄한 편집으로 풀어내 사랑받고 있다. 구독자는 벌써 165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호응이 비단 워크맨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에이틴’, ‘와썹맨’ 등 숱한 웹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온 덕분인데, 5년 전쯤부터 웹드라마·예능 제작 열기엔 불이 붙었다.

대개 웹콘텐츠의 인기 이유로는 젊은 층의 감성과 맞닿아있다는 점이 꼽힌다. 웹드라마가 연애 등 친숙한 소재를 다룬다면, 웹예능은 활발한 소통으로 젊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가령 워크맨은 일터 선정에 네티즌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많은 제작자들은 웹콘텐츠의 매력으로 제작이 용이하다는 점을 꼽는다. 웹예능을 꾸준히 론칭하고 있는 한 채널 관계자는 “웹예능이 TV 예능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며 “제작은 상대적으로 편하면서 홍보 효과는 크기 때문에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TV 예능의 경우 야외 버라이어티가 아닌,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덜 드는 관찰 예능이더라도 회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반면 제작 인력 등에서 규모가 작은 웹콘텐츠는 재정적으로 큰 위험부담이 없다. god 맏형 박준형이 진행하는 와썹맨은 시작 당시 TV 예능의 13분의 1 정도의 제작비만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촬영도 간결한 편이다. 방송인 김종민이 연예인 패널과 엉뚱한 주제로 토론하는 과정을 담아 인기몰이 중인 ‘뇌피셜’이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뇌피셜을 기획한 김주형 PD는 “1시간 정도면 촬영이 끝난다. 촬영 시간이 짧으니 게스트들이 더 편안하게 찾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대개 10분 단위로 편집되는 웹콘텐츠 특성상 촬영분을 여러 차례 나누어 내보내기도 쉽다.

브라운관과 웹의 경계가 사라진 만큼 연예인에게 웹콘텐츠는 시청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매력적인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웹드라마는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보는 통로가 되는데, 누적 재생 수 3억회를 넘어선 연플리 시리즈 시즌4에 새로 합류한 김새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TV 드라마, 웹드라마라는 기준을 떠나 내 나이대에 맞는 대학 캠퍼스의 감성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연플리를 택했다”고 말했다. 연플리가 최근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청춘극에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돼준 셈이다.

신인 발굴의 산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에이틴으로 10대들의 스타가 된 신예은은 올해 초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tvN) 주연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최근 ‘더 짠내투어’(tvN) 등 예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열여덟의 순간’(JTBC)에 출연 중인 신승호도 에이틴에서 인지도를 쌓은 케이스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웹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웹콘텐츠 시장이 처음에는 아주 작았지만, 이제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며 “얼굴을 알리고 싶은 배우들, 다채로운 콘텐츠를 시도하고픈 제작진들의 이해가 맞물려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