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방사포 발사한 북 ‘미에 끌려가지 않겠다’ 의지 확인

입력 2019-08-26 04: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붉은색 원)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지난 24일 ‘신형 초대형 방사포’가 날아가는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참관한 자리에 드론 조종기가 연결된 애플 아이패드(아래 작은 사진)가 놓여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동해상으로 발사한 발사체는 새로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라고 25일 밝혔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주체병기가 탄생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공개한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미국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신무기 3종 세트’에 이어 새로운 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관한 사실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시험사격을 통해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모든 전술·기술적 특성들이 계획된 지표들에 정확히 도달했다는 것을 검증했다”며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주체병기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전날 새벽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쏜 미사일 2발은 정점고도 97㎞, 비행거리 380여㎞, 비행속도 마하 6.5 이상으로 식별됐다. 우리 군은 비행거리·속도 등에 비춰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 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신형 초대형 방사포는 함경남도 선덕의 활주로에서 발사됐다. 연합뉴스

북한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초대형 방사포의 외관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신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사진을 보면 초대형 방사포 외관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유사하지만 발사관 개수와 크기 등이 다르다. 초대형 방사포의 발사관은 ‘2열 4개’로 ‘2열 6개’로 추정되는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보다 그 수가 적다. 하지만 발사관 크기는 400㎜ 이상으로 커진 것으로 보인다.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대(TEL)가 아닌 차륜형 TEL에 탑재된 점도 눈길을 끈다. 정창욱 한국국방연구포럼 대표는 “발사관 크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더욱 무거운 중량의 탄두를 싣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하화 또는 견고화된 우리 군의 주요 핵심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두 중량을 늘려 파괴력을 최대화해 우리 군의 레이더 기지 등 견고화된 시설을 보다 효과적으로 타격하겠다는 의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400㎜보다 더 직경이 커진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24일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좋은 날이다. 3년 전 오늘 우리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경계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상기시킨 것이다. 향후 협상에서 미국의 뜻대로 호락호락하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셈이다. 북한은 지난 23일에도 리용호 외무상 명의로 낸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물밑협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제재 일부 완화 등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과의 대화의 판을 깨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며 “미국이 보다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