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못했지만 후보자 사퇴는 할 수 없다는 조국

입력 2019-08-26 04:0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배우자·자녀의 사모펀드 투자금 전액과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데 이어 이날은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조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문재인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했다. 날로 악화되는 여론에 자숙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야권 등에서 터져나오는 자진 사퇴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너무 많아 정리가 잘 안 될 정도다.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 캐듯 꼬리를 물고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녀의 논문 및 입시·장학금 특혜 의혹, 일가족 사모펀드 투자 의혹, 채무 관련 가족 간 소송을 비롯한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 하나하나 폭발성이 있는 사안들이다.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조 후보자는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님의 국정 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인 만큼 양해해 달라는 말로 읽힌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생각일 뿐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2∼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자는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법무부 장관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이 48%로, 적합하다(18%)보다 훨씬 많았다.

각종 의혹에 휩싸여 만신창이가 됐고 자신과 가족이 검찰에 고발까지 된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것이다. 검찰 수사를 받는 첫 현직 법무부 장관이라 영이 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하지만 관련 법 제·개정에 야권의 협조를 기대하는 건 난망이고 검찰도 개혁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는 스스로를 더 냉정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불법은 없었다’는 말로 자기 합리화하며 버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권에도 갈수록 더 큰 부담을 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