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포도원 김삼석 대표는 조그마한 땅이 있어 과일 농사를 시작했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신기리에서 처음엔 복숭아로 시작했으나 너무 힘들고 손이 많이 가 작물을 포도로 변경했다. 하지만 포도 농사도 만만찮았다. 3월부터 농사를 시작하면 10월 말쯤 한 해 농사의 끝이 보인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 잠시 내년 농사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봄의 기운이 올라오는 2월 말부터 가지치기, 유지·보수 등을 하며 한 해 농사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3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포도에 온갖 정성을 쏟는다.
아내 이종순 집사와 함께하는 부부의 포도 농사는 30년을 조금 넘겼다. 현재 포도원 품종은 많이 줄어 6~7가지다. 품종마다 재배, 시기, 관리 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어려움과 수확 후 2개월 정도의 판매 기간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별로 작업하는 것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농사를 지어 큰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포도 값이 10년 전과 다르지 않아요. 양보다 포도의 품질과 맛이 중요해졌습니다. 포도의 품질과 맛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손이 가야 합니다. 포도 농사는 아기 키우는 것과 비슷하지요. 포도 한 송이, 한 송이를 직접 내 손으로 만져 키웁니다. 이유는 포도 판매의 중요한 기준이 아름다움이기 때문입니다. 맛을 보기 이전에 소비자는 눈으로 먼저 포도의 맛을 보고, 눈에 아름다운 포도는 맛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런 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손길과 정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농부는 발맞춰야 한다. 결국 농부의 성실함과 정성이 좋은 결실을 보고 소비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것이다.
김 대표 부부는 포도를 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정성을 다해 키운다. 누구도 감시하지 않기에 오랜 경력과 경험으로 안이하게 농사지을 수 있지만 그 안이함은 곧 판매 부진이라는 싸늘한 결과로 돌아온다.
“우리는 다른 곳에 납품하지 않고 포도원 현장에서만 전량 판매, 소진합니다. 20년, 30년 단골손님이 오세요. 먼 거리, 다른 포도원이나 인터넷, 마트 등의 다양한 구매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옵니다. 포도송이에 담긴 정직함과 성실, 그리고 정성과 맛이 그분들을 이곳으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포도가 맛있다면서 환하게 웃을 때 농사한 보람을 느낍니다. 힘든 것도 잠시나마 잊어요.”
새벽 5시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해 영롱한 빛으로 물들어 가는 포도송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하는 김 대표 부부는 “일할 힘이 있는 한 포도원을 찾는 이들을 위해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다.
안성=이용문 드림업 기자 blackansl@dreamu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