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하라”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무기한 파업 돌입

입력 2019-08-23 04:06 수정 2019-08-23 09:27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5곳에서 근무하는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쟁의권을 얻지 못한 다른 국립대병원 8곳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비번·휴가를 내고 총파업에 참여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전국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2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진료 중단 등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청소·주차 등에서 혼잡이 벌어졌고, 일부 병원에선 전화 진료 예약이 중단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일반노조 등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 8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 쟁취 3개 산별 연맹 무기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선도해야 할 국립대병원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은 휴지조각이 됐다”며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교육부 방침은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5곳에서 근무하는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쟁의권을 얻지 못한 경상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서울대치과병원 8곳은 비번·휴가를 내고 총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직종은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직 분야다.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우리의 정규직 전환은 제로”라며 “임금착취와 차별대우, 갑질과 횡포,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 안전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반공공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병원은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진료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선 청소·주차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혼잡이 빚어졌다. 강원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은 파업 여파로 전화 진료 예약이 중단됐다.

국립대병원은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조는 자회사 설립 방식이 기존 파견·용역업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날 국립대병원장회의를 비공개로 소집해 “정규직 전환 시 가급적 직접 고용 방식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병원 측은 이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초 사흘간 파업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재파업을 경고하고 있다. 연대회의와 교육 당국은 파업 이후 한 차례 본교섭에 이어 세 차례 실무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