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다시 ‘7월 12일’을 트집 잡고 나섰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수출규제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면서 지난달 12일에 있었던 한·일 과장급 실무협의에 대한 ‘정정’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날 만남의 성격을 두고 두 나라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 수출규제 설명회라고 주장한다. 한국은 3개 핵심 소재(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였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설명회였는지, 실무협의였는지가 왜 중요한 걸까. 한국 정부는 일본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배경을 의심한다.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 통상 당국 간 대화 단절 책임을 한국에 돌리려는 ‘꼼수’라고 본다.
세코 경산상은 22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수출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할 용의가 있지만 우선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7월 12일 과장급 접촉 후 한국 측이 ‘다르게 밝힌 부분’을 먼저 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코 경산상이 지목하는 지점은 ‘만남의 성격’ ‘약속을 어긴 브리핑’ 두 가지다. 이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측 설명만 듣고 끝났다면 5시간 넘게 만날 이유가 있었겠느냐. 일본 측 설명은 30분만 들었고, 이후 한국 측이 반론을 하면서 대화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그날 상황은 이렇다. 실무 접촉이 끝난 뒤 일본 경산성 관계자들은 돌연 브리핑을 갖고 “한국 측에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일관된 취지로 설명했다. 한국 측의 수출규제 강화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한국 측 참석자였던 전찬수 산업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산업부 동북아통상과장이 부랴부랴 하네다공항에서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7월 12일 트집’을 일종의 사전포석으로 본다.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했을 때 그날 접촉을 거론하며 ‘충분히 이유와 취지를 설명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미 한국 정부가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한 상황에서 일본이 ‘불가능한 요구’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