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북·미 대화 곧 재개 가능성”… 비건 귀국 하루 미뤄

입력 2019-08-23 04:03
김현종(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고 있다. 회동 후 김 차장은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서 한·미 간에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난 뒤 “북·미 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건 대표와 1시간10분간 면담했다. 이후 김 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가) 잘 전개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화·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한·미 간 긴밀히 협조가 되고 있고, 앞으로도 한·미 간 관계는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정확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대화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 보며 (비건 대표와의 대화에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김 차장은 또 “지금까지 북한이 우리에 대해 비판적 멘트(발언)를 계속했음에도 우리가 건설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절제한 것에 대해 미측이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차장은 “한·미·일 관계에 대해 비건 대표 쪽에서 먼저 언급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가 한·일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면담한 시점은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기 수시간 전이다.

당초 김 차장과 면담 후 이날 떠날 예정이었던 비건 대표는 귀국 날짜를 하루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전격적인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가 늘어난 방한 일정을 이용해 판문점 등지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대화 제의가 연일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대남·대미 비판을 계속하며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가증되는 군사적 적대행위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우리로 하여금 물리적 억제력 강화에 더 큰 관심을 돌리는 것이 현실적 방도가 아니겠는가에 대해 심고(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때문이며, 이런 훈련이 중단되지 않으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한국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을 두고 “이런 첨단 살인장비의 지속적 반입은 북남 공동선언들과 북남 군사분야합의서를 정면 부정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남조선 당국자의 위선과 이중적 행태를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대화의 판을 깨지는 않았다. 북한은 다음 달 중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유엔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때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