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우리 정부의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의 망 이용료 협상에 나서는 통신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불편을 알면서 서버 접속경로를 일부러 변경해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 처분(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해 3월 과징금으로 징수한 3억9600만원을 페이스북에 돌려줘야 한다.
2017년 정부의 ‘상호접속고시’ 제정으로 인해 페이스북은 KT에만 내던 망 이용대가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후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통신망을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가 서비스 접속에 불편을 겪게 함으로써 협상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소송은 시작부터 IT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결과에 따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와 국내 통신사업자 간의 망 사용료 협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승소할 경우 CP가 대가 지불 없이 캐시서버 증설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캐시서버는 중복 데이터를 본사 서버에서 읽어오지 않고, 중간 경로에 임시 저장하는 서버로 서비스 이용 속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판결이 자칫 해외 CP에 접속 우회 등의 조치를 취해도 문제가 없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협상우위에 있는 해외 CP인데, 이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내라고 하면 소비자를 볼모로 잡는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해외 기업의 무임승차를 눈감아주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네이버는 매년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은 동영상 서비스로 인해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패소 이후 입장문을 내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재판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고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