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신 정부가 메꿔준 지갑… 극빈층 소득 감소 ‘일단 멈춤’

입력 2019-08-23 04:05

올해 2분기에 극빈층의 소득 감소가 멈췄다. 소득 하위 20%(2인 이상 가구 기준)의 소득은 1년 전보다 0.0%, 1인 가구를 포함했을 때 3.6% 늘었다.

이면에는 정부가 있다. 정부의 ‘현금성 복지 지원’ ‘노인 일자리 확대’가 소득을 끌어올렸다. 정부 ‘돈’이 취약계층의 부족한 소득을 보충한 것이다. 다만 명확한 한계도 노출한다. 경기 부진으로 시장에서 벌 수 있는 돈은 적어지고, 부족한 소득은 정부가 메꾸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자영업자는 ‘극빈층’으로 추락했다.

통계청은 22일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발표하고 1~5분위 계층 모두 1년 전보다 소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극빈층인 1분위의 경우 그동안 소득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는데, 2분기엔 보합을 나타냈다.

세부내역을 보면 1분위 계층의 ‘일자리’를 통해 버는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이는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숫자다. 공표하지 않는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1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한다. 두 숫자의 차이는 ‘노인 일자리 사업’ 때문이다. 1분위 가구의 평균 연령은 63.8세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 정부 재정으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면서 1인 가구를 포함한 1분위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다 1분위의 전체 소득도 1인 가구를 포함하면 1년 전보다 3.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나라에서 주는 ‘돈’도 1분위 가구의 소득을 보충했다. 공적연금 및 기초연금이 전년 대비 각각 16.7%, 30.7% 증가했다.


결국 ‘나랏돈’과 ‘노인 일자리’가 취약계층 소득을 끌어올린 셈이다. 올해 2분기 소득하위 20%와 상위 20%의 격차(소득 5분위 배율)는 9.07배에 이르렀다. 여기에 정부 ‘돈’이 투입되면 이 격차는 5.30배까지 좁혀진다. 개선 효과(두 숫자의 차이)는 3.77배로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그러나 정부 개입은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다. 민간 시장의 부진을 모두 정부가 감당할 수 없다. 재정으로 창출한 일자리 외에 고용시장 상황은 계속 나빠지는 중이다. 민간 시장에서 ‘일자리’를 통해 버는 근로소득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고용 소득의 또 다른 축인 ‘사업 소득’은 더 좋지 않다. 올해 2분기에 중산층 이상인 4분위(소득 상위 40%) 자영업자 비중이 전년 대비 약 18% 감소했다. 4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면서 3분위나 2분위, 1분위로 추락하는 추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 이상 자영업자가 밀려 내려오면서 1분위 자영업자 비중은 약 18% 정도 증가했다.

정부의 ‘현금 투입’이 모든 계층에 영향을 주면서 소득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기초연금은 ‘빈곤 노인’이 많은 1~2분위에 도움이 된다. 이와 달리 아동수당은 아이가 있는 3~4분위 계층에게 주로 흘러들고 있다. 5분위(상위 20%)의 경우 공적연금 등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는 전체 계층에 파급력을 갖는다.

정부가 취약계층 소득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중산층과 고소득층 또한 ‘현금성 복지’ 대상이 될 수 있다. 1분위 소득이 올라간 반면 5분위 근로소득과 정부지원 등이 함께 증가하면서 소득 양극화 지수(5.30배)는 여전히 2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