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막내로 자라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운동선수였던 오빠에게 모든 기대와 관심을 쏟아 우리 집은 늘 오빠 중심으로 돌아갔다. 달리 관심받을 것이 없었던 나의 시선은 밖으로 향해 친구들과 어울렸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3세까지 남자친구를 끊임없이 바꾸며 사귀었다. 새로 사랑의 대상이 생기면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고, 남자의 휴대전화 문자 내용과 전화번호부를 샅샅이 추적하며 그 어떤 여자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로즈데이, 실버데이, 사귄 지 22일째 투투데이 등 100일 단위로 모든 기념일을 빠짐없이 챙겼다. 밤새 장미꽃을 접었고 온 방 안이 초콜릿 냄새가 풍기도록 빼빼로를 만들었다. 게다가 티, 신발, 모자, 양말, 반지, 휴대전화까지 모든 것을 커플룩으로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기 위해 고깃집에서 최저임금 3400원일 때 2000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그러다 마음에 차지 않으면 바로 ‘우리 헤어져!’ 하며 그만두었다.
군대 간 남자 친구를 위해 ‘고무신의 의무’를 다해 손편지에 24명의 선임 간식까지 정성스레 포장해 면회도 가며 2년만 기다리면 꽃신으로 갈아신겠다는 생각으로 필요 물품은 소포로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마음이 식어 제대 2개월을 남기고 헤어졌다. 남자 친구를 사귈 때는 먼저 좋아하게 만들고 헤어질 때는 미련 없이 차버리며 수시로 바꾸는 것이 능력이라 생각했다. 이런 나날이 지속되다 보니 언젠가부터 싫증이 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어느 날 노방전도를 하는 어떤 분이 ‘지금 당장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겠냐?’는 질문을 했다. 심각한 충격을 받은 나는 바로 한마음 교회에 다니는 이모를 따라 교회에 갔다. 이모가 소개해 준 교회 언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하셔서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 돼 주셨기 때문에 예수님을 믿지 않고 자신이 주인 돼 살았던 죄를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사람의 부활이 어떻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언니는 부활이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차근차근 알려줬다.
드디어 내게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고, 제자들의 놀라운 삶이 보였다. 십자가 아래서 죽음이 두려워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을 증거하다가 순교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그때 요한복음 2장 22절의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믿었다’는 말씀이 그대로 내게 임했다. ‘예수님의 부활은 진짜구나!’ 명백한 역사적 사실 앞에 더 이상 내 느낌과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며 하나님의 사랑이 온몸에 부어졌다. 나는 그 사랑 앞에 바로 굴복했다. 예수님을 못 박았던 자가 바로 나라는 생각에 통회의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나님! 내가 주인 되어 내 만족을 채우려고 남자친구의 사랑을 좇았습니다. 하나님! 내가 주인 돼서 예수님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합니다.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십니다!” 남자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마음, 사랑에 대한 초조했던 마음들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완전히 덮어지며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남자에게 쏟던 모든 시간은 교회 예배와 공동체와 함께 지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유치부에서 찬양과 체조, 그리고 아이들의 훈련 표와 간식을 챙겨주는 스텝으로 봉사하며 시간만 나면 친구들을 만나서 복음을 전한다.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 전도지를 건네며 노방전도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저러다 말겠지! 저게 얼마나 가겠어?’ 또는 ‘어떻게 송은희가 술을 끊지?’ 하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연애와 결혼관도 ‘오직 주인의 말씀에만 순종하는 사람’ 단 한 가지로 정리됐다.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남자친구와의 가짜 사랑을 좇아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며 헤매고 있던 내게 진짜 사랑과 기쁨을 주신 예수님이 너무너무 감사하다.
송은희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