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집회 자초한 ‘촛불정권’의 아이러니

입력 2019-08-23 04:01
수상한 스펙 쌓아 무시험 진학한 조 후보자의 딸, 2030 세대 박탈감 불러… 여당의 조국 지키기도 분노 부추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면서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 사학재단을 둘러싼 미심쩍은 송사, 석연치 않은 부동산 거래,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된 의혹 등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07년 한영외고 재학 당시 2주간 단국대에서 인턴 생활을 한 뒤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이런 스펙을 통해 수시전형에서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나 단국대 내부 시스템에는 딸의 소속이 의과학연구소로 바뀌어 있고 신분도 박사로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국대가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런 ‘반칙’의 전말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의 딸이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무시험으로 합격해 2학기 동안 다니면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시 진학한 뒤에는 2개 학기를 유급하고도 6학기 동안 장학금을 탄 사실도 밝혀졌다.

조 후보자가 이런 사안에 직접 개입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가 가장으로 이끌고 있는 가족들의 범상치 않은 인생역정에 대해 특히 젊은세대들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화려한 스펙을 쌓아 무시험 전형으로 대학 1곳과 대학원 2곳에 합격한 것이 2030세대들에게는 자신들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나 성적 우수자에게 줘야 할 장학금도 빼앗겼다는 게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 학생들은 23일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고려대생들도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부산대에서도 학생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적폐 청산을 외쳤던 현 정부와 조 후보자가 평등과 공정, 정의를 내세울 자격이 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촛불집회를 동력으로 출범해 ‘촛불정권’이라 불리는 현 정부가 또 다른 촛불집회의 성토 대상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촛불집회가 열리게 된 근본 원인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지만, 여권이 조 후보자를 감싸고 도는 행태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고구마줄기 뽑듯 의혹이 속속 불거지는데 속 시원한 해명이 턱없이 부족하니 불신이 쌓이는 것이다. 이제라도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가 수수방관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후보자 지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교육부와 검찰, 금융 당국과 세무 당국은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와 적법성을 규명하는 데 정부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