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연찮은 민정수석실의 ‘교수 자녀 논문 조사’ 감찰

입력 2019-08-23 04:0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민정수석실이 교육부의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 조사’를 직무감찰했다. 직무감찰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뤄졌다. 민정수석실이 정부 부처의 특정한 조사 업무를 감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특히 조 후보자 딸도 관련된 일이어서 뭔가 석연치가 않다.

교육부의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 조사는 2017년 12월 시작돼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교수 자녀를 대상으로 1, 2차 조사를 마쳤고 지난해 7월 시작한 3차 조사에서는 교수 자녀 외에 미성년 논문 저자 전체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교수 사회에서 인맥을 통해 자녀 입시 품앗이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해서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확인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모두 549건에 이르고, 조 후보자 딸 문제가 불거진 단국대에서만 12건 확인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 딸이 단국대 의과대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제1저자로 작성했다는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은 걸러지지 않았다. 이 논문은 2008년 말 작성돼 2009년 학회지에 등재됐기 때문에 당연히 조사 대상에 포함됐어야 했다. 교육부는 조 후보자 딸이 고등학교 소속이 아닌 의대 연구소 소속으로 돼 있어 제외됐다고 설명하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조사를 했거나, 말 못할 다른 사정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조 후보자가 딸 논문 문제를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청와대는 감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논문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업무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꺼림직한 측면이 있어서다. 감찰 자체가 이례적이었던데다 일상적인 업무 점검 차원이었다면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교육부 담당자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까닭이 없다. 청와대, 적어도 민정수석실 의도대로 조사 결과를 꿰맞추려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조 후보자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