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막내로 자란 나는 항상 나밖에 모르고 고집도 셌다. 대학교 4학년 때 외동딸로 사랑받으며 자란 교회 자매에 마음이 쏠려 교제를 시작했다. 함께 공부도 하고 야외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다툼이 시작됐다. 머리 자른 것, 옷 입는 것 등 사소한 일을 비롯해 만나기만 하면 양보 없는 갈등과 다툼은 계속됐다. 어느 날 내가 취업을 못 해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만나지 말자고 하고 머리를 빡빡 밀고 지방에 내려가 본격적인 공무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날 그녀가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너무 반가웠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좀 강해지라면서 돌려보내며 독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계속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어느 교육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은 여전했다. 어느 날 복잡하고 좁은 길로 그녀를 태우러 갔을 때 뒤에서 차 빼라고 난리가 났는데 뒤늦게 나타나서 자신을 반기지 않았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30분간 고래고래 싸우다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해 운전대를 잡고 속도를 냈다. ‘너! 한 마디만 더하면 그대로 받아버린다!’ 하고 나서 싸움이 끝났다.
평소에 좋다가도 이렇게 한 번 싸움이 붙으면 시간도 장소도 없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충전기를 꽂고 욕설을 섞어 싸우다 지쳐 잠들어야 끝났다. 둘 다 모태신앙으로 대학교 때 같은 기독교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도 싸움은 계속되니 앞날에 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둬 이럴 바에는 쿨하게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후배를 만났다. 그는 우리와 잠시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듣더니 뚱딴지같이 ‘오빠! 뭐가 문제예요, 예수님이 부활하셨는데!’ 했다. 너무나 밝고 확신에 가득 찬 그 모습에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후배의 권유에 따라 한마음교회 수련회에 참가했다.
첫 예배를 드릴 때 사도행전 17장에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목사님 말씀이 가슴을 강타했다. ‘부활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증거라고?’ 예배 후 어느 형님이 ‘부활’에 대해 차근차근 다시 짚어주었다. ‘유일하게 예수님만 부활하신 거 알아?’ 하는데 ‘유일한 부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활은 성경에 예언돼 있었고, 결국 예수님은 말씀대로 실제 부활하셨다. 무엇보다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제자들이 십자가 죽음 앞에 다 도망갔는데 목숨을 내어놓고 부활을 증거한 모습들은 내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구나! 이 사람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실제로 봤구나!’ 내게 감격의 탄성이 터졌다.
또 형님은 예수님의 부활하신 이유는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라는 구절을 찾아줬다. 예수님이 내 인생의 주인임이 선명해지며 드디어 나는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섰다. 그리고 즉시 내가 주인 돼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했다.
기쁨과 감사가 내 온몸을 감쌌다. 내가 왜 여자 친구와 다투었는지 바로 알게 되자 “내가 6년 동안 널 많이 힘들게 했어. 이런 날 떠나지 않아서 정말 고마워. 이제 예수님처럼 내 목숨 바쳐 너를 사랑할게. 나랑 결혼해 줄래?” 그녀에게 고백하고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결혼했다. 그리고 제자들처럼 오직 부활을 전하는 것이 내 삶의 목적임이 선명해졌다.
지금 우리는 가정을 예배 장소로 오픈하고 서로 사랑하며 함께 제자 양육의 길을 걷고 있다. 고지식하던 아버지도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고 어머니와 함께 복음을 전하러 다닌다. 각자가 주인 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목이 터지라고 싸웠던 우리 가정을 통해 많은 가정을 주께로 인도하는 축복의 통로가 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박재석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