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초등학생이 선망하는 직업 9위에 프로게이머가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5위는 게임 등 콘텐츠로 방송을 제작하는 유튜버였다. 한창 게임을 좋아할만한 시기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결정을 마냥 ‘철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게임 산업이 지닌 고부가가치 잠재력 때문이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은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추정 연봉이 50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 상당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의 경우 북미나 유럽, 중국 등의 게임단에 들어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사 또한 높은 연봉과 체계적인 복지로 취준생들의 선호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초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공개한 ‘게임사 취업 선호도’에 따르면 게임사에 취업하고 싶다고 말한 취업준비생의 48.1%가 “직원 복지제도가 우수할 것 같다”고 선호 배경을 밝혔다.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31.0%)’ ‘연봉이 높을 것 같아서(25.8%)’는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성장성 높은 회사인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15.9%에 달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근래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데다 복지카드, 자녀 양육비,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며 직원들의 업무 사기를 올리고 있다.
넷마블은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3월부터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도입해 하루 5시간 이상 근무하되 출퇴근 시간을 직원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게임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로 바쁜 시기에는 미리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이후에 줄이는 방식으로 총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임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해 안정적인 생활과 자율적 활용 등을 강조한 사내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내 어린이집인 ‘웃는 땅콩’이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에서 최우수등급인 A를 받는 등 세간에 화제를 낳은 ‘웃는 땅콩’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춰 젊은 기혼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높은 사업적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내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이다. 체외수정 시술 등 의료지원이 필요할 경우 최대 100만원을 횟수에 제한 없이 지원하고 있다. 또한 부모 부양의 책임을 회사가 분담한다는 취지로 부모 요양 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넥슨은 직원들의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 포럼’이다. 넥슨 포럼은 사내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으로, 2012년 1월부터 현재까지 160여개의 과정이 진행됐다. 재즈빅밴드 ‘더 놀자 밴드’, 뮤지컬로 나아가는 ‘넥슨합창단’ 등의 과정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넥슨 정창렬 인사실장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의 최고 자산은 사내 직원들이란 판단 하에 직접적인 혜택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업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지문화제도 확대운영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