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홍콩 시위가 ‘비폭력’ 평화시위로 마무리됐으나 심야에 홍콩시내에서 남녀 3명이 괴한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돌아오다 실종되는 등 돌발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비폭력 시위로 오랜만에 찾아온 홍콩의 일시적 평화가 언제 깨질지 불안한 모습이다.
온라인 매체 ‘홍콩01’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1시쯤 홍콩 북부 신계지역 정관오의 보행용 터널 안에서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이 터널은 최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곳곳에 붙어있어 ‘레넌 벽’으로 불리는 장소 중 한 곳이다.
20대 여성 2명이 홍콩 시위 얘기를 나누면서 터널을 지나가는데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며 다가와 연기를 내뿜었다. 지독한 냄새에 “그러지 말라”고 하자 남성은 흉기를 꺼내 두 여성을 찔렀다. 이어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한 남성도 흉기에 찔렸다. 일부 목격자는 범인이 두 여성의 대화에 끼어들어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뒤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하는 등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26세 여성은 어깨와 등을 찔려 중태에 빠졌다. 다른 35세 여성은 머리를, 24세의 남성은 머리와 팔을 다쳤다. 범인은 40, 50대 중국 국적 남자로 추정된다.
이 와중에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실종돼 영국과 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총영사관에서 투자 업무를 맡고 있는 사이먼 정(28)은 지난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으로 갔다가 돌아오던 중 연락이 끊겼다고 그의 여자친구 리모씨가 밝혔다.
사이먼 정은 그날 밤 10시쯤 ‘고속철에 탔다’는 문자를 보낸 데 이어 ‘(홍콩) 경계를 통과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 리씨는 그가 홍콩 내 웨스트카오룽 고속철역에서 중국 공안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 측은 지난 8일과 9일 그곳에 아무런 체포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트위터는 중국이 홍콩 시위와 관련, 정치적 불화를 조장하기 위해 사용한 계정 936개를 찾아내 삭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위터는 “이 계정들은 홍콩 시위의 정당성과 정치적 위상 훼손을 위해 고의적이고 구체적인 시도를 했다”며 “계정들이 국가가 후원한 조직적인 작전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선전전에 연루된 전체 계정 수는 20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도 홍콩을 겨냥해 조직적인 허위 활동을 벌인 7개 페이지와 3개 그룹, 5개 가짜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약 1만5500개 계정이 1개 이상의 페이지를 팔로하고 있었고, 약 2200개 계정은 폐쇄된 3개 그룹 중 하나 이상에 가입해 있었다.
이에 맞서 홍콩시민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론전을 벌였다. 홍콩 시위대는 전 세계 11개 언론사에 광고를 실어 국제사회가 홍콩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또 시위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포럼 ‘LIHKG’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홍보전에 동원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