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 세계 경제… 한국에 찬물 끼얹을 중요 변수 많아

입력 2019-08-21 04:07

하반기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먹구름이 사방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교역환경에 수시로 찬물을 끼얹는 상황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 확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아르헨티나발 금융위기, 중동 긴장 고조 등이 동시다발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사태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교역환경을 위축시키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규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통상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정부는 여러 불안요인을 주시하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67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꼬리 위험(Tail Risk)’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 불안 발생 시 선제적이고 단호한 시장 안정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꼬리 위험은 가운데가 볼록한 정규분포 그래프에서 가장 얇은 끄트머리처럼 발생 빈도가 매우 낮지만 일단 벌어지면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를 말한다. 실존하지 않을 것 같은 검은 백조(흑고니)가 등장해 세간을 놀라게 한 사건에 빗대어 사용하는 ‘블랙 스완’과 같은 의미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꼬리 위험은 홍콩 사태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로 시작된 홍콩의 반정부 시위는 두 달째를 넘어서며 세계경제를 흔들 변수로 급부상했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중심지다.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동북아 물류 중심지이기도 하다.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홍콩 사태는 미·중 무역갈등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상승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협적이다. 중국과 미국이 홍콩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면 다음 달 예정된 무역협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국이 아무 안전장치(상호협정) 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는 유럽경제의 꾸준한 불안요인이다. 영국이 EU와 결별하면 서로 간에 장벽이 세워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경제권) 내 교역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유럽의 대표 경제강국인 독일은 이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만족할 만한 합의가 없다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3월 말이었던 브렉시트 시점은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정권 교체가 유력해진 아르헨티나에서는 재정 악화에 따른 국가부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11일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시장친화적 후보인 현직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를 상대로 압승하면서 시장 불안은 커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6일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CCC로 두 단계 낮췄다. CCC는 아프리카 잠비아나 콩고와 같은 수준이다. 피치는 “대선 예비선거 이후 커진 정책 불확실성, 재정의 심각한 위축, 거시경제 환경 악화와 이에 따라 커진 디폴트(채무 불이행) 또는 채무 재조정의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발 금융위기가 일부 취약 신흥국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그 수준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김 차관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과 금융시장의 복원력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며 “정부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전슬기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