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백스톱 대체 협상을” EU에 요구

입력 2019-08-21 04:02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핵심 쟁점인 ‘백스톱’(안전장치) 조항 폐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대체 협상을 유럽연합(EU)에 요구했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가 EU 탈퇴 시점을 기해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종료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제안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존슨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 앞으로 4쪽 분량의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에 따른 ‘하드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특정 협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AF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백스톱 조항이란 브렉시트 이후 전환기간인 내년 말까지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물러나기 전 EU와 합의한 사안인데, 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하드보더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EU 회원국끼리 관세 장벽을 없애고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경을 없애뒀다.

존슨 총리 등 브렉시트 강경파는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을 경우 독자적인 무역정책을 세우기 어렵다며 백스톱 조항을 반대해 왔지만 EU 측은 백스톱 폐기 요구를 거절했다.

존슨 총리는 서한에서 “백스톱 계획은 반민주적이고 영국의 자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도 브렉시트 후 2년의 이행 기간에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관세 협약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러한 제안이 새로운 것으로, 존슨 총리가 백스톱과 유사하면서도 자신이 양보를 얻어냈다고 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EU 측은 브렉시트 관련 재협상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 총리가 관련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10월 31일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영국 정부는 EU 탈퇴 시점부터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거주와 직업 활동의 자유를 즉각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협상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총리실은 브리핑에서 “현재 적용되는 이동의 자유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10월 31일부로 종료될 것”이라며 “새 이민규제를 위해 오는 10월 31일 이후 적용되는 다른 변동 사항들의 세부 내용은 현재 다듬고 있다”고 했다.

‘이동의 자유’는 EU 회원국민들이 다른 EU 국가에서 자유롭게 생활·이동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영국에서 이 제도가 사라지면 영국인과 EU 회원국민들은 상대국을 방문할 때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범죄전력 조회 등의 절차도 강화된다.

이에 따라 영국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가디언은 현재 영국에 체류 중인 360만여명의 EU 회원국 국민 가운데 브렉시트 이후에도 합법적인 영국 거주를 보장받는 ‘정착 지위’를 획득한 100만명을 제외한 260만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내 EU 회원국민의 권리를 위한 단체인 ‘300만 그룹’은 “이동의 자유 종료는 합법적인 시민 수백만명이 하루아침에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