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호 물길 따라 걷는 길, 호수의 풍경에 마음을 씻는다

입력 2019-08-21 17:52
이른 아침 충북 충주시 종민동 ‘종댕이길’ 심항산 정상에 마련된 정자에서 굽어본 충주호 모습. 푸른 산에 둘러싸인 호수가 어우러져 탁 트인 한 폭의 풍경화를 빚어내고 있다.

충북 충주는 ‘물의 도시’다. 남한강 물이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를 채우고, 탄금호(彈琴湖)를 따라 흐르며 다양한 풍광을 펼쳐놓는다. 강을 따라 호수를 따라 ‘풍경길’이 이어진다. 종댕이길(12㎞)을 비롯해 비내길(17㎞), 새재 넘어 소조령길(36㎞), 중원문화길(23㎞), 사래실 가는 길(12.4㎞), 대몽항쟁길(4㎞), 반기문 꿈자락길(9㎞), 하늘재길(1.8㎞) 등 모두 8개 코스에 115.2㎞다. 제각각 비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어 걷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이 가운데 종댕이길이 으뜸으로 꼽힌다. 계명산(鷄鳴山·774m) 줄기인 심항산(385m) 둘레를 따라 휘돌며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내놓는다. 길 이름은 인근 ‘종댕(宗堂)’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비롯됐다. 인근 상종·하종 마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충청도 사투리다.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렀다. 길은 재미난 사연도 품고 있다. 하트 모양의 심항산 둘레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깊어지고 종댕이 고개를 넘으면 한 달씩 젊어진다고 한다.

종댕이길 막바지에 만나는 50m 길이의 출렁다리.

종댕이길은 3코스로 나뉘어 있다. 출발점은 모두 ‘마즈막재’다. 계명산과 이어져 있는 남산 사이의 고개다. 옛날 남산 아래 처형장이 있어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오지 못해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을 거쳐 마즈막재로 돌아오는 1코스(7.3㎞)가 인기다. 여유 있게 걸어도 3시간이면 족하다. 2코스(9.1㎞)는 심항산을 거쳐 충주댐물문화관으로, 3코스(6.1㎞)는 도로변 데크를 따라 충주댐물문화관까지 걷는 길이다. 심항산을 휘도는 호수길(3.8㎞)만 걸어도 좋다. 1시간 반 정도면 가능하다. 새로 만든 길이 아니라 기존의 길을 찾아낸 것이어서 인공적인 손질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 길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정자 그리고 전망대는 느긋하게 충주호의 모습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마즈막재 삼거리 인근 숲해설안내소를 지나 500m 남짓 포장도로를 내려서면 숲길이 열린다. 소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깊은 숲을 만들어낸다. 발아래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호수 쪽으로 내려서면 잠시 쉼을 내어주는 원터정이 나온다. 정자 바로 아래는 옛날 고을 원님이 살았던 곳으로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수몰됐다.

호수를 곁에 두고 걷다 보면 샘을 좀 더 넓게 파서 조성한 생태연못이 나온다. 이어 ‘삼형제 나무’라고 불리는 참나무가 반긴다. 사이좋은 형제처럼 한 뿌리에서 세 줄기로 자라났다. 호젓한 길옆 호수 가운데 인공 수초섬이 독특한 모양으로 다가선다. 물 위에 떠 있는 별이다. 신경림 시인의 시 ‘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조성했다고 한다. 일상의 잡념을 버리고 사색에 잠긴다는 콘셉트가 적용됐다. 중앙의 조형물은 세종 15년(1433년)에 제작돼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혼천의 모양이다. 이곳을 지나면 충주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제1조망대다.

동화 속 정원처럼 신비롭고 아늑한 숲 터널도 지난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식혀줄 선선한 바람이 함께한다. 종착지를 600m 앞두고 출렁다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길이 50m의 출렁다리를 건너 오르막길로 가면 자동차도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마즈막재에, 오른쪽으로 가면 충주댐물문화관에 닿는다.

심항산 정상으로 발길을 옮겨도 좋다. 숲해설안내소에서 심항산 정상까지는 1.2㎞로 숲이 깊다. 다소 가파른 경사길이이어서 숨이 약간 거칠어지지만 오르막 구간에는 나무로 계단이 마련돼 있어 큰 불편함이 없다. 30분쯤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넓은 공터 위에 정자가 우뚝하다. 심항산을 감싸고 흐르는 충주호의 시원한 물줄기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과 그 자락의 가옥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탁 트인 호수의 정취가 마음속 깊이 스며든다. 가슴의 응어리까지 절로 없어진다. 내려오는 길은 15분이면 충분하다.

은은한 조명으로 낭만적 야경을 펼쳐놓는 ‘탄금호 무지개길’.

충주댐 아래에 조정지댐인 탄금호가 있다. 호반에는 중앙탑 사적공원 등 문화·휴식공간이 들어섰다. 중앙탑 사적공원 바로 옆에 최근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탄금호 무지개길’이 있다. 조정경기장으로 활용되는 남한강의 물길 위에 놓인 1.4㎞ 규모의 부유식 다리로, ‘탄금호 중계도로’로 불리던 길이다. 물 위를 걷는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밤이면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야경을 펼쳐놓는다.

탄금호에서는 다양한 수상 레포츠도 가능하다. 수상스키·웨이크보드 강습은 물론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등 물놀이 기구를 즐길 수 있다. 지상 교육을 포함한 기본 교육을 받으면 시원한 물살을 가르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디스코 팡팡’ 등 수상 놀이기구를 이용해도 좋다.

여행메모

거대 로봇·폐타이어로 만든 코뿔소 ‘오대호아트팩토리’ 예술작품 볼만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빠르다. 계명산자연휴양림에 묵으면 산뜻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창문을 통해 충주호의 물결과 푸른 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숲속의 집, 가족호텔, 족구장, 체력단련시설, 정자, 전망대 등이 밀집돼 있다.

거대 로봇, 코뿔소 등 다양한 정크아트로 꾸며진 ‘오대호아트팩토리’.

지난 5월 앙성면에 문을 연 정크아트갤러리 ‘오대호아트팩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폐교한 옛 능암초교 부지에 들어선 한국관광공사 지정 강소형 잠재 관광지다. 실내외 전시관과 체험실,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을 활용해 제작한 예술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외에는 거대한 로봇, 폐타이어로 만든 코뿔소, 영화 속 영웅인 스파이더맨까지 다양한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실내 전시관은 간단한 조작을 통해 작품을 직접 움직여볼 수 있는 모션갤러리와 키즈갤러리, 어린이체험장으로 나뉘어 있다.

옥종기 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인 오대호아트팩토리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콘텐츠를 돋보이게 해 강소형 잠재관광지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충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