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탈(脫) 석탄’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작 한국의 석탄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석탄 소비 증가는 기존 인허가된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에 따른 결과로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며, 석탄 소비와 달리 발전 비중은 줄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과거 정부에서 인허가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11기가 새로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의 에너지그룹 BP가 발간한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에서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것과 관련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BP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석탄 소비량은 8820만 TOE(석유환산톤)로 중국 인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였다. 반면 미국(-4.3%) 일본(-2.1%) 독일(-7.2%) 영국(-16.6%) 등 OECD 주요국은 모두 석탄 소비량이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 비중이 줄면서 석탄발전을 늘렸기 때문에 석탄 소비량이 증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지난해 원자력발전량이 줄어든 것은 과거 건설된 원전 부실시공을 보수하기 위해 원전 정비일수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른 감소분은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했다”고 반박했다. 산업부 고위 당국자는 “석탄이 발전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발전보다는 주로 제철 등 업계에서 산업용 석탄의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 석탄 사용량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봄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정지 등을 시행한 결과 올 상반기에는 석탄발전 비중이 지난해보다 4% 포인트 감소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상황에 따라 석탄 사용량이 늘 수 있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